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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스포 주의!

[고3의 기술] 01

by 정원에

여러분, 반갑습니다. 1월 1일입니다. 1일은 무엇인가 새로운 다짐을 하기에 좋은 날이지요. [고3]의 1월 1일은 어때요? 그러고 보니 1월 1일에 고3은 둘로 나뉘는군요. 이제 곧 성인이 되는 졸업 예정인 [고3]. 이제 곧 열아홉이 될 예비 [고3].


여기서 말하는 [고3]은 대한민국 고등학교 3학년(또는 그와 동등한 나이)에 해당하는 '위치'를 의미합니다. 누가 되었건 스물다섯 해가 넘는 동안 그 둘의 고3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자신이 '열아홉'이 될 줄 몰랐다는 겁니다. 지금, 여러분도 혹시 그런가요? 그런데 이 말은 여러분의 부모님에게도 적용될 겁니다. [고3] 부모님은 단순한 부모님이 아니라 '수험생을 둔' 학부모라는 쉽지 않은 위치에 고정되어 버리니까요.


원하지 않아도 여름은 뜨겁고, 원하지 않아도 바람은 불듯이 찾아 온 [고3]. 마찬가지로 싫든 좋든 인생 처음으로 수많은 책에 둘러싸이는 [고3]의 위치에 내재된 특징은 어떨까요?


첫째, [ 고3과 책]은 침대와의 투쟁을 강요합니다.

-침대에서의 사투에서 벗어나야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신랄하게 깨닫게 해 줍니다.

-뭐 하고 살까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그 고민의 과정에 자신을 들여다 보고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자신에게서 답을 듣고, 표현하는 과정을 (어설프더라도)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둘째, [ 고3과 책]은 수많은의 존재를 던집니다.

-수많은 문제를 풀어내면서도 정작 자신의 문제를 풀어내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합니다. 심지어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문제가 무엇인가를 인지하지 못한 상황들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종류도 길이도 다양한 길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큰 희망이며 동시에 절망적인 포기의 경험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모든 선택은 (조언을 구하고,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더라도)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셋째, [ 고3과 책]은 장소를 선택하게 밀어붙입니다.

-(부모, 친구 등 자신을 보호해 주던) 타인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어렴풋하게 느끼게 만듭니다. 벗어난다는 의미는 물리적인 공간의 이동을 통해 새로운 장소에 몸과 마음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요당합니다.


넷째, [ 고3과 책]은 시간을 정체성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언제나 넘쳐 나고, 남아돌던 시간들이 항상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듭니다. 해도 해도 끝이 없을것 같다는 불안감이 일어 시간만 많으면 다 해 낼 수 있을 거란 착각을 난생 처음으로 하게 만듭니다.

-그러다 낮은 낮처럼, 밤을 밤처럼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생각의 틀이 산산히 깨어지게 됩니다. 밤을 낮처럼, 낮을 밤처럼 지배하고, 지배받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확신을 갖지 못하게 만듭니다.


다섯째, [ 고3과 책]은 위기 관리의 주체가 자신임을 강조합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위기들을 인지하고, 대응책을 세우라고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가 당연하지 않게 됩니다.

-위기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큰 손실인지에 대해 두서 없이, 밤낮없이, 끊임없이 알려주어 불편하게 만듭니다.

-아랑곳없이 세워진 대응책 그대로 실천한 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스스로의 시행착오를 점검하라고 합니다.


여섯째, [ 고3과 책]은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모였지만, 다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합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넌지시 알려줍니다.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좋은 사람을 보는 안목을 키워야 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삶의 희로애락이라고 알려줍니다.


일곱째, [ 고3과 책]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웁니다.

-지루하리만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 정답도 지혜도 있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합니다. 제대로 일과 쉼의 경계를 구분하고 규정짓는 게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듭니다.

-매일 깨어나는 '오늘'의 누적이 인생임을 넌지시 알려줍니다. 비바람 몰아치고, 폭설이 내리고, 한파가 몰아치는 것보다 어제의 오늘과 비슷한 날씨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슬쩍 말합니다.



받아들이면 세상 살기 편한 게 있어요. 인생의 거대한 스포인데, 알려줄께요.


-자, 이제부터 (무엇이건)스스로 (시작)해 보세요. 이게 언제나 제일 어렵잖아요.


-(시작)했으면 됩니다. 하다 포기할까를 결정하는 것도, 실제로 포기하는 것도 자신(의 선택)이니까요.


-그 선택에 언제나 구름처럼 슬쩍 드리워지는 책임을 외면하는 것도.


-하지만 자신이 고3이기 이전에 열아홉 먹은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고3]은 잠깐이지만 인생은 엄청 기니까요.


-어떻게 살까를 고민할 때 어제와 오늘의 날씨를 함께 떠올려 보세요.


-어제와 똑같은 오늘의 날씨는 단 하루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요.


-날씨는 절대 자신이 원하는대로 (다시)찾아와 주지 않습니다. 완벽한 날씨는 없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있을 뿐이죠.


-찾아 온 날씨에 자신이 잘 맞추어 사는 겁니다. 이왕이면 명랑하게.


-'명랑성'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를 만났을 때 가득한 기쁜 감정과 같은 겁니다. 그 '명랑성'을 잃지 않으려고 충분히 연습하는 시발점이 [고3]이면 대박 인생이 출발하는 겁니다.


-일기를 써도 좋아요. 자신에게 음성 메모를 남겨도 좋아요. 매일 같은 시간에 잠깐 눈을 감고 자기 암시를 해도 좋고요. 무엇보다 끼니를 거르지 않고 (악착같이)챙겨 먹는 것은 명랑하기 위해 중요하답니다.


-이 모든것들이 [고3] 한해 어떤 날씨 아래에서도 '명랑하기' 위한 연습으로 충분합니다. 문제투성이인 수많은 문제집들 속에 세상이 숨겨둔 대박 인생을 위한 스포랍니다!!






[지담_글 발행 예정 요일]

토(외출전 발행) : 아빠의 편지

일(외출전 발행) : 아빠의 편지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는 브런치 성장 일지 [브런치 덕분에]를 발행합니다)

월(출근전 발행) : 모괜당(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화(출근전 발행) : 모괜당(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수(출근전 발행) : 모괜당(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목(출근전 발행) : 고3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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