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이 글은 오늘 처음 고3으로 등교하는 올해 우리 반 아이들(아직 몇 명인지, 누구인지 모름)과 첫날, 첫 시간에 주어질 약 1시간 반 가량의 담임시간에 인사를 나누기 위해 쓴 글입니다.)
어서 오세요, 여러분!
2025년. 고3 일 년을 함께 보내게 된 담임교사 지담입니다. 교사로 산 지 27년째가 되는 해에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더욱 기쁘답니다.
저는 그렇지만 여러분은 지금이 꽤 낯설고 불편할 것 같군요. '처음'이니까요. 열아홉 사람도 처음이고, 고3도 처음이고, 이 교실도, 아이들도, 선생님도 처음이고, 지금 가지고 있는 여러분의 ;낯섦'도 처음이어서 그렇습니다. 물론 '낯설음'은 여러분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경험이지만요.
낯설음속에 녹아 있는 마음에는 '설렘'과 '두려움'이 항상 뒤섞여 있죠. 두 개의 비율의 문제일 뿐 누구나 그렇죠. 이것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결국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미 여러분은 그래 왔죠. 그것만으로도 대단하죠. 학교라는 곳을 들어와 무려 11년이라는 짧지만은 않은 시간을 무사히 보내고 오늘 이곳까지 잘 찾아왔으니까요.
이럴 때 등장하는 게 진짜 자기, 즉 '자아'입니다. 자기도 모르는 자기, 안다고 생각하는 자기, 아직 열아홉이 되지 못한 어린 자기, 이미 열아홉에 가까이 도달해 있는 성숙한 자기. 옆에 있는 친구들이 다 다르듯 다 다른 자아를 데리고, 다 다른 상황에서 이곳에 지금 와 모여 있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겉은 비슷하지만, 본질은 다 다른 상태인 것입니다.
올해 2025년은 여러분에게 아주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겁니다. 자기 생의 10대가 끝나기 전에, 고3이라는 시기적 특성을 활용해서, 여러분의 '자아'를 잘 데리고 살아 보는 경험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는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죠. 자신이 자신을 잘 관찰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경험을요. 이 경험을 한마디로 하면!
의/식/성/장
'의식'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느끼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입니다. 그 방식의 결정은 자기 내면의 목소리가 내리는 명령과 자기 바깥에서 일어나는 외부의 명령(법, 제도, 규칙, 교칙 등)을 따라 하는 것이고요. 내면의 목소리와 외부의 명령에 귀 기울이면서 대화를 나누며 '싸워내는' 과정을 통해 '나아지는 것', 그게 '성장'이라고 우리는 흔히 말하는 것이죠.
보통, 사람들은 사회적, 공식적 관계 속에서 '의식 성장'이 높은 사람들을 향해 '품격 높은, 품위를 갖춘, 지혜로운, 이타적인, 통찰력이 뛰어난*, 배려심이 깊은, 잘 들어주는, 말수가 적고 묵직한, 옆에만 있어도 든든한, 아는 것도 많은데 친절하기까지 한, 내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은, 눈빛이 좋은, 그냥 마음이 편안해지는'이라는 말로 돌려 표현을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능력
지금부터 하는 선생님 이야기는 바로 여러분의 '의식' 성장에 도움이 되는, 좋은 먹잇감을 스스로 물어오는 방법, 자기 것으로 소화를 잘 시키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선, 여러분은 스스로에게 다음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나요?
'나는 어떤 습관을 지니고 있나?'
어렵죠? '내가 무슨 습관을 가지고 있을까'하고 마음먹고 정리해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쉽지 않은 질문일 겁니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자기만의 '습관'을 가지고 있잖아요. 자기를 성장시키는 좋은 습관, 자기 파괴를 반복하는데 스스로 모르거나, 모른 척하는 나쁜 습관을 동시에! 위 질문을 이렇게 나누면 조금 자세히 자기를 들여다볼 수 있어요.
'나는 어떤 말 습관을 지니고 있나?'
'나는 어떤 생각 습관을 지니고 있나?'
'나는 어떤 행동 습관을 지니고 있나?'
어때요? 자신의 (좋은 또는 나쁜) 습관이 떠오르나요? 이 말은 비폭력 평화주의자였던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가 여러분에게 전하는 말이랍니다.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 결과적으로 '폭력 없이' 이루어지는데 큰 영향을 준 분이죠. 영국의 지도자들이 식민지의 리더가 지닌 숭고한 '의식'에 감동한 결과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간디의 의식에는 어떠한 이유에서, 어떠한 형태라도 (말) 폭력, (생각) 폭력, (행동) 폭력은 인간적이지 않다! 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죠. 그럼, 그 의식은 어떻게 자랐을까요?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하려 했을까요? 다음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믿는 대로 생각하고, 생각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면, 그 행동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곧 운명이 된다'**(마하트마 간디)
**김주원, 엄마의 유산, 2024, 건율원, p.381
습관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매일 조금씩 꾸준하게 밀고 나가는 것'의 총합이죠. 선생님은 이렇게 쓰고 [ 루틴 ]이라고 읽어요. 가끔(어쩌면 자주) 막연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잖아요. 실제 몸도 여기저기 아프고요. 많은 경우에, 몸과 마음에 이롭지 못한 습관 때문에 '루틴'이 깨졌거나, '루틴'이란 것 자체가 작동되지 않아서 그렇답니다.
내일부터 여러분은 당장, 바뀔 수 있습니다!
건강한 '루틴'은 몸과 마음의 면역 강화제입니다. 이것저것 하는 것 많은 사람이 더 활력이 넘치는 게 증거죠. 이들을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루틴'이 깨졌을 때 해결책을! 단순합니다. '루틴'을 다시 시작하는 것! 그것밖에 없습니다. 불안감을 흐리게 만들고, 아예 없애는 치료제는 내 안에 들어 있답니다.
If you don't like something, change it.
If you can't change it.
Change your ATTITUDE!!
맞아요. 여러분의 [ 태도 ] 를 먼저 바꾸는 겁니다. '그냥'이요. 그러면 마음이 따라오죠.
우리는 항상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만 지내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아주 인간적인 것이죠. 다만, 그래서는 의미있는 '성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죠. 그리고 이 사실도 이미 알고 있죠. 그럴때 태도를 바꾸지 않고, 끌어다 쓰는 변명이 여우의 '신포도'입니다.
결국, '태도'를 바꾸는 방법은 앞으로 여러분에 만나게 될 모든 일에 적용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2023년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서 챔피언을 한 분을 소개할께요. 이 분은 대회 당일날 15분을 위해 무려 4000시간을 연습했다고 해요. 근육을 만들듯이요.
“스포츠 선수가 시즌에만 훈련하지 않잖아요. 커피도 그래야만 해요. 뜻밖의 행운에 기댈 수 없어요. 심사위원 앞이든, 혼자 연습할 때든, 맛이 일정해야죠. 근육을 만들듯 매일매일 연습해야 합니다.” _엄보람 바리스타, 롱블랙 인터뷰에서
엄 바리스타의 말에서 '스포츠 선수'와 '커피'만 여러분의 꿈으로 바꾸면 여러분의 이야기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거 알아요? 여러분은 이미 최소 3040시간을 그렇게 채워왔어요. 고등학생이 된 이후에만 봐도요. 수능 날 8시간을 위해, 논술 2시간을 위해, 면접 10분을 위해 말이죠. 이제 마지막 1000시간 정도만 올해 남은 겁니다.
여러분이 100세까지만 산다고 가정해 볼까요? 겨우 972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결코 길다고 볼 수 없죠. 거기에서 올 한해, 방학빼고 고작 10개월 정도. 그 기간에 여러분의 '루틴'을 지키고, 고치고, 다시 지키는 과정을 연습하는 시간. 엄청나게 짧은 시간들이죠. 시간이 아까워요.
다시. '태도' 이야기로 돌아가볼께요. 이쯤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그럼, 그 '태도'라는 것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요? 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거 아닌가요? 전, 저를 한번도 믿어 본 적이 없거든요'라고 속마음이 웅얼거릴지도 몰라요. 그런데요, 아주 쉬워요. 그 방법 역시 딱 한가지뿐이거든요.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이 문장 하나만 저녁 마다, 아침 마다 마음에 집어 넣고 잠들고, 일어나서 나오세요. 그러면 그만입니다. 이 문장은 아주 오래된 미래에요. 아주 오래전 과거로부터 수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지났다는 이야기죠. 여전히 현재의 우리에게 적용되는 의미죠. 앞으로를 살아 낼 미래의 여러분에 미리 묻는 질문인 것이죠. 이렇게요!
17살의 너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니?
29살의 너에게는 무슨 말을 듣고 싶니?
어린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미래의 나에게 듣고 싶은 말보다 먼저 떠오른다면, 간디의 당부처럼 '자기 믿음'의 계획표를 작성하면 됩니다. 만약, 그 반대라면 그 계획표대로 실천하면 됩니다. '매일 꾸준하게!' 선생님은 일년 내내 여러분의 '믿음'을 응원할 겁니다. 때로는 뻔히 아는 이야기더라도, 잔소리처럼 들리더라도. 그건 그렇게 들리는 사람 몫이라고 생각하고 자꾸 응원할 겁니다. '매일 꾸준하게'밖에 해답이 없다는 사실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우리반, 함께 좋은 습관으로 '같이' 의식이 성장하기 위해!!
>말부터 친절하세요. 여기 모인 친구들은 모두 자신의 상황과 싸우느라 힘들거든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예쓰겠습니다' 라고 같이 외쳐요. 예쓰의 마음으로 애쓰자고요.
>'작은 규칙'을 우선 지키세요. 세상은 작은 일을 잘 해내는 사람에게 큰 일을 맡깁니다.
>지루하다면 바쁘지 않은 겁니다. 쉽게 배우려는 이는 성장도 없습니다. 고3 티를 내세요.
>여러분의 시야를 D-데이 다음날에, 졸업식을 무사히 마친 다음날 아침에 갖다 두세요!
선생님은 앞으로 190번의 아침, 190번의 오후에 여러분의 열아홉을 계속 응원할 겁니다!!
[지담_글 발행 예정 요일]
토(외출전 발행) : 아빠의 편지
일(외출전 발행) : 아빠의 편지
월(출근전 발행) : 모괜당(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월요일 새벽에는 브런치 성장 일지 [브런치 덕분에]를 발행합니다)
화(출근전 발행) : 모괜당(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수(출근전 발행) : 모괜당(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목(출근전 발행) : 고3의 기술
금(출근전 발행) : 고3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