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파이팅 하세요.'
'오늘도 멋진 하루 보내세요.'
'오늘도 웃음꽃 피는 행복한 하루 되세요.'
'오늘 하루, 멋진 추억들로 가득 채워가세요.
'오늘도 우리 같이 안녕해요!'
우리는 누구나, 언제나 '오늘'에 살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그 아침의 끝에 기다리던 저녁까지 마무리하면, 우리는 또 '하루'를 살았다라고 하잖아요. 결국, 우주 안에 있는 지구라는 별의 모든 생명체는 '오늘'에만 존재하는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물리적으로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데 걸리는 24시간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구가 움직임을 멈추기 전까지는 영원히 반복되는 '오늘'이겠지요. 결국, 우리의 삶은 그 '오늘'안에 다 들어 있게 되는 겁니다. 어제도 어제에는 오늘이었죠. 내일도 내일 가보면 여전히 오늘일 테고요. 우리 모두의 수많은 디데이 역시, 당연하게 '오늘'이 됩니다. 맞아요. 우리는 '영원한 현재 timeless now'*안에서 살고 있는 것이죠.
*올더스 헉슬리,영원의 철학,2014,김영사,p.312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이래요. 우주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는 24시간마다 현재로 리셋되는 거죠. 또 '오늘'이 온 겁니다. 잘 살아도, 못 살아도 우리는 항상 24시간 안에서 돌고, 돌고 또 돈다는 겁니다, 지구 덕분에. 하지만 인간은 지구에서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꾸려나갈 수 있는 독특한 무기를 하나 지니고 있어요. 그것을 우주의 관점에서는 영이라고 부릅니다. 영혼입니다. 흔히 스피릿 spirit이라고 표현하는 '정신'이죠.
우리가 인식하는 시간이 여러분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줄로 주르륵 이어져 흐르는 것처럼 보이죠. 몇 살 때, 몇 살 때... 하지만 정신의 관점에서 보면 과거, 현재, 미래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겁니다. 언제나, 어느 날이나 24시간이었고, 항상 '오늘'로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그것을 우리는 '현재'라고 조금 폭넓게 인식하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현재의 순간, 순간 속에서 영원의 일부만 경험하고 있는 것이죠. 살아 있는 동안에만!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도 지구는 돌았잖아요. 그때의 누군가는 '오늘'안에서 24시간 동안 먹고, 자고, 공부하고, 일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만나고, 헤어지고, 울고, 웃고, 여행 갔을 거잖아요. 우리가 지구를 떠난 뒤에 우리처럼 지구에서 살게 될 이들도 마찬가지로 '오늘'안에서 24시간을 활용해서 살게 되겠지요. 이게 우리가 매일 맞이하고 있는 '오늘'인 거죠.
매일 뜨는 태양이지만, 어제의 오늘을 밝힌 것과는 다른 태양인 이유랍니다. 내일 또 뜰 태양 역시 그 태양이 아닌 겁니다. 왜요? '오늘'에 대한 의미, 가치 등은 나의 '정신'으로 해석하기 나름이 되는 것이니까요. '오늘 어땠어?'라는 질문에 매일매일의 대답이 같은 듯 하지만, 다 다르죠.
그럼, '오늘'을 잘 보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건 '성장'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있는 '정신'을 제대로 좀 활용한 것이죠. 성장이란 좀 더 나아진 것이 있다는 의미이니까요. 직장인이라면 경제적 성장도 빼놓을 수 없겠지만,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식이 늘어나고,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고, 관계가 개선되고, 도움이 되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신체적으로 건강해지는 등 모든 게 성장입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오늘'이라는 건 다 알겠는데, 그 안에서 정/신/챙/겨/서 '성장'이 일어나야 의미 있는 삶이라는 것도 알겠는데 늘 그렇게 살 수가 없죠. 모든 인류가 그랬다면, 모든 '오늘'을 그렇게만 채웠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좀 더 건강하고, 평화롭고, 신날 테고, 지구는 더 아름다운 별이 되어 있을 테니까요. 그저 그런 오늘도 있고, 힘든 오늘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찾아내는 돌파구가 바로 '여행'입니다. 떠나는 거죠. '나의 오늘을'.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고3이어서, 일을 해서,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말입니다. 그런데요. 만약 매일 새로운 곳으로 물리적으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해 봐요. 상상만 해도 좋지요. 하지만 좀 더 깊게 생각해 보면 말이에요. 한두 번은 '벗어나고 싶은 '오늘'을 떠나서 설레고, 좋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 합니다.
우리의 경험이 이미 말하고 있죠. 집 나가면 힘든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죠. 그중에서 무엇보다 설레어 떠난 몸과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아세요? 낯선 음식, 불편한 잠자리, 어색한 동네, 문화, 언어. 이런 것들을 모두 통틀어서 표현하면 딱 이겁니다. 바로, '익숙함'으로부터의 격리!
우리는 익숙한 '오늘'을 잠깐이라도 탈출하려고 '여행'을 갈구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정신은 언제나 익숙함을 추구해요. 왜요? 먼저 겪은 경험 속에서 '안전'과 '안정'을 가져다준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어제와 같은 그 길을 걸어요. 비슷한 시각에 일어나고 비슷한 순서대로 나와서 비슷하게 생각을 (안)하면서요.
우리가 '현재'에 머무르고 있는 시공간에서 몸과 마음에 좋거나 별로 그렇지 못한 습관을 장착하는 것 모두 '익숙한 오늘'을 활용하느라 반복된 행동의 누적 결과인 것입니다. 그런 시공간이 주로 어디에 있나요? 바로, 오늘 안에 있죠. 그런 오늘을 우리는 뭐라고 부르죠? 네. 바로 '일상'. 한자로는 '日常' 이렇게 표기합니다. '날마다 해가 뜨듯이'라는 뜻입니다.
다시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게요. 여행은 뭔가요? 떠나는 것이죠.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곳의 익숙한 오늘을 잠시 멈추고 저곳의 낯설 것 같은 오늘로 옮겨가는 겁니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셋 중의 하나의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나의 '오늘의 오늘'을 '여기'에서 만나는 사람,
나의 '다른 오늘'을 '다른 여기'에서 만나고 있는 사람,
나의 '다른 오늘'을 '다른 여기'에서 만나려고 준비 중인 사람
여행의 본질은 낯선 것을 보고, 먹고, 만나는 행위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익숙하지 못한, 낯선 상황을 다시 자신의 오늘, 자신의 여기로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바로, 그 시간만큼, 그 공간에서 '살아보는' 것이죠. 며칠, 몇 달, 몇 년 아니면 그 이상을. 그런데 지금 우리는 모두 그렇게 살고 있어요, 이미.
'일정 기간의 오늘 동안 여기에 머무르는 것'을 말입니다. 나의 오늘 이곳에 함께 머물지 않는 누군가에게는 낯선 여행지일 테니까요. 여행은 익숙한 나의 일상에서 (잠깐) 벗어나 다른 이의 일상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결국 여행의 목적은 낯선 일상 속으로 잠깐 들어갔다가 익숙한 내 일상으로 돌아올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지요.
그 이유를 캐리어에 배낭에 가득, 가득 담아와 익숙한 내 일상에서 풀어내면서 그렇게 한번 살아보자,라고 다짐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랍니다. 그 다짐을 익숙한 내 일상으로 가져와 잘 채울 수 있는 이유로 활용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낯선 여기의 낯선 오늘 동안 '낯선 자신'을 발견하면 가장 멋진 여행인 것이죠.
결국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보기 시작하는 순간, 여행이 시작되는 겁니다. 친한 친구는 익숙합니다. 늘 가는 학교, 회사, 집이 익숙하듯 말이죠. 그런데 익숙하다고, 낯설지 않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 제대로 아는 것도 아니고요. 덜 낯설 뿐입니다. '우리 동네에 이런 데가 있었어?', '저 사람이 저런 면을 가지고 있었어?'하고 마치 숨어 있는 보물을 발견한 듯했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그 순간은 익숙한 여러분 동네에서 새로운 여행을 잠깐 했던 겁니다.
익숙한 공간에서 익숙한 이들과 여전히 비슷하게 어울리지만 그 다짐대로 사는 기간만큼만이라도 새로운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인 거죠. 마치, 새해라고 떠오르는 태양을 핑계 삼아 작심 3일을 들먹이는 것처럼요. 새해 첫날 뜨는 해는, 하루 전 작년에 졌던 해하고 뭐가 다른 거죠?
그냥 내가 달라진 거죠. 내가 같은 해를 보는 태도가 달라진 거죠. 새롭게 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했을 뿐이죠. 그리고 그것을 한 2, 3일(동안 만이라도) 되뇌면서 지낸 것뿐입니다. 왕관을 쓴 듯한 기분으로 말이죠. 그게 여행 아니고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밤새 자지 않고 옷을 입은 채로, 예를 들어 도보 여행 중에 일출을 보게 된 사람은 하루 종일 눈에 보이지 않게 왕관을 수여받은 자의 위엄을 모든 타인들 앞에서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한창 일하던 중에 일출을 맞이한 사람은 정오가 되면 스스로 자기 머리에 왕관을 얹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_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 2023, 새물결, p.97
익숙한 일상에서 여행하기. 온전히 자신의 선택일 뿐입니다. 새해 태양을 맞이할 것인가, 아닌가를 스스로 결정하듯이. 그럼, 어떻게 하면 '오늘'의 여행을 즐길 수 있을까요? 여행을 떠나는 진짜 목적을 달성하면서 살아볼 수 있을까요?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를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나비가 되어 보세요
오래전에 가끔 이런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혼잣말을 하거나, 친구의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이래요. 예를 들어, '딸기'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라고 해볼게요. 이렇게 해 보는 겁니다. "오늘 딸기는 참 예뻐요.', '지금 딸기는 배고파요', '딸기가 화가 난 것 같아요.', '딸기는 그런 말을 싫어해요.....
어때요? 들어봤다고요. 속이 불편해진다고요. 이해가 됩니다. 겉으로 말고요, 여러분 내면에서 '나비가 되어 보라'는 겁니다. 나비는 자유롭게 날죠. 그런데, 파리가 모기처럼 소리를 내지 않아요. 조용히 여러분이 교실에 앉아 있을 때, 침대에 누워 있을 때, 거리를 걸어갈 때 여러분에게 말을 걸어 보는 겁니다. 나비의 시점에서.
'너 지금 왜 화났니?'가 아니라 '딸기가 화난 이유가 뭐니?'하고 묻는 겁니다. 그러면 그 대답을 찾는 과정에서 여러분은 여러분을 만날 기회가 생긴답니다.
글을 써 보세요
아침을 시작하기 전에 쓰건,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쓰건 써 보세요. 일기여도 좋고, 메모여도 좋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거거든요. '오늘 어땠어?', '오늘 어떻고 싶어?'하고 안부를 묻는 겁니다. 자신에게 자신이요. 우리는 '안녕'하고 친구한테 인사를 건네고 받죠. 어른들과 인사를 나누죠. 그것처럼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방법이 글을 쓰는 겁니다.
글을 쓰다 보면 나의 오늘을 키우는 게 무엇인지, 방해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게 되거든요. 그러면 키우는 건 내일 다시 올 오늘도 잘 데리고 있고, 방해하는 건 어떻게든 피하려는 방법을 찾게 되니까요. 그러는 과정에서 도움도 받고, 도움도 주느라 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이 생길 겁니다. 그러다 보면 그들을 통해 내가 좀 더 선명하게 보여요.
글을 쓰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바로 이거예요. '작은 성취의 소중함'을 기억하는 겁니다. 오늘 하루 작은 목표, 아주 사소한 것, 하찮게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소중하게 다루어 보는 경험을 쌓는 겁니다. '친구에게 먼저 인사하기', '하루 1번 이상 손들고 질문하기', ' 책 한 페이지 읽기', '누군가를 위해 한 가지 정도 도움주기', '스마트폰 사용 시간 10분 이내로 지키기'
질문을 던져 보세요
글을 쓰다 보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게 질문입니다. 자신에게 하는 것이든, 타인에게 하는 것이든. 어떤 날은 먼저 일어난 질문을 정리하느라 글을 쓸 수도 있죠. 그런데요. 그리 거창하고 으리으리한 질문이 우리를 살리는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이것만은 지켜봐요. 질문에 질문으로 꼬리를 물고 던져 보기.
'오늘 가장 좋았던 일은 뭐였지?, '그때 나는 어떤 말을 하고, 행동을 했지?', '그 말과 행동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거지?', '거기에 00 이는 어떻게 반응했지?',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좀 더 나아지기 위해 어떤 게 더 필요하지?', '바꿔야 할 것, 수정해야 할 것은 뭐가 있지?', '그러는 과정에 내게 가장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이는 누구지?', '그의 무엇이 나를 안정하게 만들지?'.....
문제집 가득한 가방 안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텅 빈 가방 안에 글을, 책을 담아가지고 다녀 보세요. 그러면 그 가방은 자신의 오늘을 멋지게 장식할 정신이 샘솟는 우물이 될 겁니다. 어제의 낡은 자신에게서 벗어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이 세 가지 연습을 하는 동안에는 (잠시) 휴대폰을 꼭 꺼두세요. 그럼, 방해 없이 자신과 더 깊게, 빨리 만날 수 있습니다. '익숙한 오늘'에도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자주 들여다봅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시계를 볼 때마다, 알람이 울릴 때마다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이 지워지고 있다는 것을 (정신이) 느끼기 때문이랍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심리적으로 경계해야 할 두 가지 위험이 있다. 그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부적절한 집착이다. ... 이것이 늘 쉽지는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의 과거가 점점 무게를 더해가기 때문이다.
_버트런드 러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2016, 문예출판사, p.29
[지담_글 발행 예정 요일]
일 : 아빠의 유산
월 : 문장 유람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에는 브런치 성장 일지 [브런치 덕분에]로 대체 발행합니다)
화 : 고3의 기술
수 : 문장 유람
목 : 모괜당(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금 : 문장 유람
토 : 금주의 영靈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