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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함에 대하여

[ 문장보관소 ] 01

by 정원에

◔ 발코/ 작가 여러분, 처음 뵙겠습니다. 사회자 발코입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첫 시간인데요. 참 많은 분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한자리에 모이셨군요. 우선, 시대와 공간을, 국적과 인종을 그리고 언어의 차이점을 자연스레 극복할 수 있는 이 특수한 상황을 만들어 주신 지담 작가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오늘 우리가 다룰 첫 번째 주제는 '사소함'입니다. 지담 작가 먼저 시작을 해 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 지담/ 반갑습니다. 저는 지담입니다. 오늘 저의 초대에 흔쾌히 응해 주신 위대한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금, 저 무척 감격스럽습니다. 은유 작가, 박애희 작가, 김주원 작가 그리고 멀리서 날아와 주신 알랭 드 보통 작가, 헤르만 헤세 씨,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씨, 쇼펜하우어 씨 그리고 세네카 씨까지.


특히, 소로우 씨와 세네카 씨는 섭외를 하는데 정말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도 이렇게 저희들에게 큰 지혜를 주시기 위해 참석을 결정해 주신 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오늘, 저와 많은 분들께 소중한 말씀 많이 부탁드립니다.


저는 요즘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자주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오십이 넘은 지 몇 해가 지나가는데요. 이제는 좀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 부분들이 여전합니다. 좀 더 어른스럽고, 덜 감정적이고, 지혜가 흘러넘치는 사람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됩니다. 여전히 '사소한 것들'에 의해 이성이 흔들리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스스로가 무척 안타깝네요.


아주 자그마한 것, 하찮은 것, 별것 아닌 것으로 기분이 날아갈 것 같고, 반대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기도 합니다. 무척 행복하다고 느끼다가고 금방 침울해지고,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에 의기소침하기도 하고. 겉으로는 사회적 역할을 신경 쓰느라 드러낼 수도 없고요. 여전히, 왜 이러는 걸까요?



◔ 발코/ 네, 그렇죠. 참 '사소한 것들'에 일비일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좀 창피한 이야긴데, 솔직히 나이를 먹으면서 더 그래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자유롭게 이야기를 좀 나눠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어른스럽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 헤르만 헤세/ 제가 먼저 말씀드려 볼까요? '사소한 것들'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 삶이 어떻게 보면 다 사소하잖아요. 누구나 지친 몸을 추스르고, 일상의 피로에서 벗어나고 싶은 자그마한 소망을 매일 가지는 것만 봐도요. 그런 자그마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면, 그게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무엇을 해도 좋죠. 하지만 자기 파괴적이지는 말아야 합니다. 결국, '습관'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절제된 행동'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죠. 이만하면 되었다, 하는 자기 내면의 기준이 있어야 해요. 그 기준을 반복해 적용해서 누적된 습관이 바로 '절제된 행동 습관'입니다. 이 습관이 '사소한 기쁨'을 내면에서 맛볼 수 있게 해 주어 쾌락을 만끽하도록 만들어 주는 능력이거든요.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유쾌함, 사랑, 서정성(주1)을 타고나요. 그런데 현대적인 생활을 하면서 모조리 왜곡되거나 잃어버린 가치들입니다. '사소한 기쁨'의 쾌락을 자주 맛보려면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주1)헤르만 헤세, 삶을 견디는 기쁨, 2016, 문예춘추사



▯김주원/ 네. 헤세 작가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절제되지 못하는 행동이 모든 시작점입니다. 뒤따라 오며 살고 있는 세대들에게 항상 당부를 하는데요. 전체를 지켜주는 것도 소소한 양심의 축적이고, 그것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것 역시 소소한 타협의 축적(주2)이라고요.


큰 게 아닙니다. 멈추지 않고 '그냥' 꾸준하게 밀고 나가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이성과 감정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갖고 있지만, 서로를 분리해서 '해석'해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 연습이 되지 않으니까 불확실성의 특징인 삶에서 확실성을 좇느라 애쓰는 거죠. 세상에 확실한 건 없는데요 말입니다.

(주2)김주원, 엄마의 유산, 2024, 건율원


일상에서, 자기 주변에서 지금도 빼꼼하게 내미는 '소소한' 것들을 외면하고, '소소한' 것들에 굴복하는 게 반복될수록 '사소한 것들'에서 얻을 수 있는 삶의 희열을 도무지 자신의 삶으로 가져와 쓸 수 없게 되고 맙니다.



▮ 알랭 드 보통/ 불안에 자주 휩싸이는 이유중 하나도 절제된 행동 습관이 옅어서입니다. 좋은 습관이 옅을수록 불안은 짙어지니까요. 불안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이 순간의 좋은 일에 감사하는 거예요. 뻔한 이야기죠. 그런데, 우리는 그 뻔한 걸, 하찮다고, 귀찮다고 무시하는 경향이 강해요. 그래서 우리가 우리한테 자주 무시당하는지도 모르죠.


규칙적으로, 의도적으로 잠깐씩 멈춰 서서 그 사실을 즐길 수 알아야 합니다. 들에 핀 꽃을 보고 탄성을 지르면 사람들은 당신을 패배자라고 손가락질할지도 몰라요. 지금 그 꽃을 보고 감탄할 시간이 있느냐고, 원대한 꿈이 없느냐고, 야망이 그것밖에 안 되느냐고 말이죠. 하지만 경험을 더 쌓고 시련의 파도를 넘고 넘다 보면 툭하고 마음이 떨어져요. 그러면 알게 되죠.


언제부턴가 꽃 한 송이, 아름다운 구름, 모두에게 친절한 미소를 날리는 평화로운 아침 같은 일상의 사소함(주3)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운명의 여신은 우리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그만큼 나약한 존재이거든요. 하지만, 그 나약함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죠. 안개 자욱한 어둑한 밤길을 돈, 지위, 권력, 명예라는 외면의 선글라스를 끼고 돌아다니고 있어요. 잠도 안 자고.

(주3)알랭 드 보통, 불안, 2017, 은행나무



▬ 지담/ 아, 나약한 존재. 보통 작가는 저를 꼭 집어서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제가 글을 공개적으로 쓰기 시작한 게 3년 정도 되어 갑니다. 시작은 낙서 같은 거였는데, 지금은 내 존재에 대해 관찰하면서 쓰려고 합니다. 한 2년 정도는 즉흥적으로 썼죠. 그냥 떠오르는 대로. 그런데 지금은 저를 좀 더 들여다보는 습관이 조금씩 생긴 것 같습니다. 특히, 새벽에 일어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랬죠. 맞아요. 여러분을 처음 만난 그날도 대부분 새벽이었을 거예요.


글을 쓰면서 나빴던 내가 좀 좋은 나로 변화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할 때도 가끔 있습니다. 표리부동 했던 게 나쁜 나였다면 이제는 겉과 속이 조금은 밀착되는 솔직한 나, 좋은 나로 말이죠. 쓰는 대로 사는 건가, 사는 대로 쓰는 건가의 갈림길에서 여전히 헤매는 중입니다만. 분명한 것은 글을 쓰기 전과 쓰고 난 뒤에 확실에 제가 저에게 조금은 솔직해진 것 같아요.




▯은유/ 지담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니 롤랑 바르트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그는 이랬어요. '나는 씁니다. 따라서 나는 스스로 안심합니다'라고.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언제 좋은 사람이 되고 언제 나쁜 사람이 되는지 나이를 먹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나쁜 사람이 될 때는 배고프고 피로할 때에요. 이럴 때는 사소한 일에 더 짜증이 올라옵니다. 오장육부가 언어 중추를 쥐락펴락하면서요.


반면, 좋은 사람이 될 때는 글을 쓸 때입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찬찬히 살피고 다르게 보려고 애쓰는 나를 발견하게 되거든요.(주4) 글을 쓴다는 것은 '사소한 것들'에 대한 관찰의 결과입니다. 그러니 쓰는 사람들은 당연히 사소한 것들과 한판 승부를 정면으로 제대로 하겠다고 스스로 선택 한 사람들인 겁니다. 지담 작가도 안심하시면 좋겠어요. 쓰면서 한 줄 한 줄 믿고 나가는 심사숙고의 시간 동안 모든 사물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기분이 들거든요.

(주4)은유, 쓰기의 말들, 2023, 유유




▮ 쇼펜하우어/ 안녕하세요. 저는 쇼펜하우어입니다. 은유 작가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주의할 게 분명 있어요. 아, 그렇다고 미리 걱정하지 마세요. 그것은 간단하니까요. 바로 사소한 일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고 해서 우리의 마음조차 사소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주5) 하찮은 것들은 비뚤어져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스스로 먹게 되는 거죠.


그러면 그 마음은 바로 자신을 비뚤어지게 만드는 강력한 추진력으로 작용하게 되거든요. 마음까지 사소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모든 경험을 통합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전체적인 그릇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겁니다. 어떤 일을 '사소한 것'이라고 마음이 먼저 치부하게 되면, 우리를 제한된 시각에 가두게 됩니다.


(주5)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 인생수업, 2024, 하이스트




◔ 발코/ 네, 절제된 행동 습관을 갖고 글쓰기를 하는 좋은 사람은 '사소한 것들'을 함부로 지나치지 않고 천천히, 깊게 관찰한다. 하지만 마음까지 사소해져서는 안 된다.... 이렇게 들립니다. 제가 정리한 게 맞나요? 저는 이 모든 게 다 잘 안되는지라. 네네. 자, 다시 사회자 모드로 정신 차리고. 다음은 '화'를 전혀 내시지 않는다는 분도 오늘 이 자리에 참여하셨는데요, 세네카 작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세네카/ 네. 저는 세네카입니다. 제가 가르친 황제한테 언제 죽임을 당할지 몰라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게 쉽지 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담 작가? 작년 늦가을부터니까 석 달이 훨씬 넘었나요? 그 무렵부터 꼭 이 자리에 와달라면서 오늘 첫 번째 대화 주제가 '사소함'이라고 새벽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부탁을 하는 바람에.


그런데 와서 앉아 들어 보니 오길 잘했다 싶습니다. 다들 제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말이죠. '사소함'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예를 들어, 하인의 행동이 굼뜨다고, 물을 마시려는데 너무 뜨겁다고, 퇴근하고 피곤해 들어와 보니까 침대가 어질러져 있다고, 식탁을 아무렇게나 차렸다고.. 이런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일에 짜증을 내는 것은 미친 짓입니다.(주6)

(주6)세네카, 화에 대하여, 2013, 사이


사소한 것에 짜증을 자주 내는 사람은 책의 글자가 너무 작다고 던져버릴 겁니다. 책이 잘못 만들어졌다고 북북 찢어버릴 거예요. 옷이 마음에 안 든다고 옷을 찢고요. 무엇보다 집에서 하루 종일 주인만 기다린 (반려)동물에게 짜증을 부리는 건 정신병자들이나 하는 행동입니다. 동물에겐 의지가 없기에 우리에게 부당한 행동을 할 수도 없어요. 모든 부당한 대우는 의도에서부터 출발하거든요.(주7)

(주6)세네카, 화에 대하여, 2013, 사이



◔ 발코/ 네. 좀 과격함이 매력이신 세네카 작가의 말씀이셨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런 생각이 올라옵니다. 우리의 삶은 '사소한 것들'에 둘러 싸여 있다는 거죠. 어쩔 수 없이. 결국 그런 '사소한 것들'을 대상으로 짜증 내지 않는 연습으로 좋은 사람도 되어 보게 되는 것이고, 또 그런 '사소한 것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음미하는 경지에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을.



▬ 지담/ 발코씨 말씀이 딱 제 말입니다. 제가 사회자는 제대로 초대한 것 같군요 ㅎㅎㅎㅎ. 오늘 지혜의 말씀을 듣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소한 것들'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다만, 그것들을 '해석'하는 저의 태도의 문제였다는 것을 말입니다. 반복되는 일상 자체가 거의 변화가 없어 보이고, '익숙한 것들' 투성이니까요.


어쩌면 웬만한 것들이 '사소하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의 삶의 질적인 품격을 그 사소한 것들이 결정한다는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제가요. 끄적끄적한 낙서들을 뒤적여 보다 보니까 '당연하지 않은... 사소한 기쁨'이라고 써놓은 카테고리를 발견했거든요. 오늘 우리 이야기에 어울릴 것 같아 하나씩 말씀드려 볼게요. 잘 들어봐 주세요. 정말 다 '사소한 것들'입니다.



-쉴 수 있는 지금

-출근할 때 모습 그대로 퇴근

-5천원에 먹은 푸짐한 감자탕

-피곤해 보이던 아내의 진한 미소

-어제보다 높고 푸르른 오늘의 하늘

-잘 이륙한 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

-차에 연료통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오늘

-일 년의 기다림끝에 다시 만난 햇도토리

-오늘도 한 방에 켜진 새벽 발코니 스탠드

-오늘도 내게 허락되기 위해 비어 있는 그 자리

-아침 운동가는 길에 불어주는 시원한 햇살바람

-매일 같이 따끈하게 내려져 있는 모닝 원두커피

-나보다 먼저 일어나 코코와 함께 내게로 와 준 하니

-지나가며 꾸벅 인사를 하는 얼굴 모르는 학생의 미소

-처음처럼 언제나 달려 나와 나를 반기는 반려견 코코

-처진 기분을 올리고 피곤함을 날릴수 있는 약간의 돈이 든 체크카드

-한파 경보 날 새벽, 쉬이익하고 금방 끓여 내어 준 오래된 커피 포트

-퇴근하자마자 얼굴을 쳐다보면서 '뭐 먹을까'하며 물어봐 주는 사람

-등교 첫날부터 클럽활동이 다양하고 많은 게 대박이라며 전해주는 따님의 톡

-오늘도 한방에 시동이 걸리는 25만 킬로미터를 달린 이영모 씨(20모 0000)

-내가 뭐라고, 내 글이 뭐라고 새벽마다 달려와 정성껏 읽고 댓글까지 남겨주시는 글벗님들

-일요일 밤 11시. 홀로 물건을 싣다가 트럭에서 뒤로 떨어진 동생을 우연히 발견해 처치해 준 동료 직원

-‘너는 시간이 충분하잖아. 파닉스부터 시작하면 돼. 시간 충분해’. 중2가 초5한테 진심으로 해주는 조언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고 맡고 싶은 것만 맡을 수 있고 듣고 싶은 것만 들을 수 있고 만지고 싶은 것만 만질 수 있는 지금

-퇴근 후 다 먹고 나오는데 소고기 뭇국을 쌓여 건네주며 '아다리'가 맞아서 다행이라며 함박웃음 짓는 동네 단골집 사장님

-여름내 괜찮던 오래된 발코니 에어컨 콘센트에서 불꽃이 튀었을 때 매캐한 연기 속에서 무작정 전깃줄을 잡아당겨 뺀 열일곱 따님




◔ 발코/ 지금까지 말씀을 하지 않으신 두 분이 계시는데요. 희경 작가 그리고 소로우 씨도 마지막으로 한 마디씩 해주시죠.



▮ 은희경/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는 시점인데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는데요.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어요. 저는 어른에겐 사소한 나쁜 짓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거라도 좀 해야 삶을 책임지는 억울함이 약간 가시지 않을까요? 하다못해 폭음이라도. 바른생활만으로는 삶의 억울함이 가시지 않아요. 그래서 어른에겐 사소한 나쁜 짓이 필요합니다.(주8) 우린 너무 열심히 살고 있거든요.

(주8)은희경, 생각의 일요일들, 2011, 달


자신의 욕망을 소소하게 표출하고, 권위에 대해 자신의 방식으로 저항 좀 해보고, 혹은 변화를 위한 몸부림은 일탈의 긍정적 기능입니다. 제가 말하는 사소한 나쁜 짓이라는 건 자신의 루틴에서 조금씩 벗어나 보는 경험도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창의적 일탈이죠, 소소한 반항이고요.


출근을 하는데 오랜만에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좋아요. 찬란해요. 그래서 그걸 한참 올려다보느라 지각해요. 그리고는 가서 태연하게 거짓말을 한번 해 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날을 기록해 두는 거죠.



▯소로우/ 희경 작가의 말씀 중에 창조적 일탈이 시골 호숫가에 살고 있는 저에게는 정말 탁! 하고 와닿는군요. 그거 제가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거거든요.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살아요. 집단적으로 광풍으로 몰아치듯 말이죠. 그 안에서 내가 자꾸 사라져요. 말도 안 되는 법규, 제도, 규칙들 속에서 자신의 삶을 옮아 매고 있죠.


왜 우리는 그토록 서두르며 생의 시간을 낭비하면서 살아야만 하는가요?(주9) 우리는 마치 배가 고프기도 전에 굶어 죽을 결심을 하고 있는 것 같군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팔다리가 떨리는 병에 걸린 사람처럼 머리를 가만히 나둘 수가 없는 것처럼 살고 있요.

(주9)헨리 데이빗 소로우,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2005,오래된 미래


제가 세금 납부도 공동체 구성원의 역할도 거부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너무 사소한 것들에 집중하지 못하고 살아요. 신이 주신 나의 감각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요. 참 안타깝습니다. 나중에 보면 알게 돼요. 사소한 일들이 모인 것이 우리 인생의 최종결산(주10) 이라는 것을요.

(주10)헨리 데이빗 소로우, 소로우의 일기, 2003, 도솔




◔ 발코/ 네. 사소한 일들이 모인 것이 우리 인생의 최종 결산이다? 계속 여운이 남는 말씀이십니다. 오늘 첫 번째 시간에 이야기를 나눈 '사소함'. 전혀 사소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부터 당장 내 주변에 펼쳐진 수많은 '사소한 것들'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음미하는 즐거움, '사소한 기쁨'을 잘 모아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아주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아, 다음 주제는 '글쓰기'입니다. 그때도 역시 다른 작가들을 모시고, 오늘 이야기 한 '사소한 것들'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로운 것들을 글로 어떻게 잘 모아둘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다들, 너무 감사합니다. 네. 서로 인사를 나누시면서 헤어지도록 하겠..... 어? 저, 하하. 세네카 작가는 피곤하신가 봅니다. 졸고 계시는군요. 옆에 계신 소로우 작가가 좀 깨워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어! 벌써 나가셨네....




[지담_글 발행 예정 요일]

일 : 아빠의 유산

월 : 문장 유람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에는 브런치 성장 일지 [브런치 덕분에]로 대체 발행합니다)

화 : 고3의 기술

수 : 문장 유람

목 : 모괜당(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금 : 문장 유람

토 : 금주의 영靈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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