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어디에 투자하고 있나요

[ 문장보관소 ] 21

by 정원에

오늘. 하루. 24시간. 1440분. 째깍째깍째깍. 86400번.


절댓값으로만 보면 누구에게나 주어진 동일한 양이다. 그러나 질적인 면에서는 꼭 같을 수 없다.


짧지만, 반복하는 상황 속에서 스스로 선택한 악센트를 둔다. 의미 있는 분기점을 만든다. 그러다 보면, 흐지부지 사라지는 순간들 대신, 진한 향기가 몸과 정신에 켜켜이 베개 된다.



#마법의 시간 / 04시 00분 ~ 04시 10분

의식적으로 잠에서 바로 일어나지 않는다. 머리 뒤로 팔을 뻗어 기지개를 켠다. 두 다리로 공중에서 자전거를 탄다. 그런 뒤 배꼽이 들리지 않게 엎드려 코브라 자세를 한다, 아주 천천히.


정수리가 엉덩이에 가 닿을 듯 머리, 어깨, 허리를 최대한 뒤로 젖히는 것을 멈추지 않고 끝까지 민다. 몇 초간, 몇 회를 반복한다. 머리로 뜨끈한 피로 가득 채워지는 것을 느낀다.



#위대한 시간 / 04시 28분 ~ 05시 50분

하루를 쓰고 읽으면서 시작하는 시간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두 배, 세배쯤으로 늘릴 수 있다. 하루를 두 번 사는 느낌을 받는다. 좋은 친구가 늘어난다.


짧은 하나의 문장 안에 내 삶이 다 녹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매일을 황홀하게 시작하게 만든다. 울다 웃다 감탄하다 음미하면서 가라앉은 감각이 깨어난다. 내가 살아난다. 이 과정을 매일 기록한다.



#그냥의 시간 / 14시 30분 ~ 16시 10분

십여 년 전부터 업무처리 방식을 바꾸어 왔다. 업무가 생길 때마다, 진행하던 업무를 이어가면서 새로운 업무를 동시에 그때그때 처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업무는 마감시한이 있다. 원고 마감처럼 언제까지 어떤 형태로 누구에게 보내야 한다는. 그걸 리스트화한다. 구글시트에 마감 시 한별로.


그다음은 업무 하나의 '양'을 표시해 둔다. 그리고 마감 전날 오후 2시 30분부터 4시 10분 사이에 몰아서 처리한다. '양'이 많은 업무면 일주일 전 이 시간에 집중해서. 이메일 확인도 이 시간에만.



#안전의 시간 / 17시 45분 ~ 18시 20분

오늘도 잘 다녀오는 것을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퇴근 중이거나 지하주차장에 도착했을 시간이다.


동시에 무엇을 먹을까를 결정하는 시간이다. 영원한 화두, 저녁은 항상 '헤비 하지 않게 해피하게' 사이에서.


게다가 요일에 관계없이 나갈까 말까, 할까 말까, 잘까 말까의 싸움을 매번 해야 한다. 그래서 나이쓰 한 연속 동작을 반복하는 게 중요하다.



#숙면의 시간 / 20시 40분 ~ 21시 30분

나는 우리 집에서 쉰생아다. 쉰 살이 넘어서면서 신생아처럼 잠든다고 식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이제, 3년째다. 지금은 당연히 이 시간에 졸린다.


매일의 '위대한 시간'을 위한 투자다. 눕기 전에는 침대 위에 올라가지 않는 시간이다.

원래 잠이 많은 내가 짧고 진하게 잠드는 연습을 하는 시간이다.



<레버리지>의 롭 무어 표현을 빌리면 1440분 하루는 낭비된 시간, 소비된 시간, 투자된 시간의 총합이다. 결국은 자기만의 라이프 스타일대로 시간을 쪼개어 강약으로 잘 활용하면 되는 거란 이야기겠다.


하지만 먹기 위해 이동하고, 구입하고, 그래서 먹고, 몸과 마음의 충전을 위해 자야만 하는 절대적인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어떤 라이프 스타일이건 낭비된 시간을 줄이고 투자된 시간을 늘리는 게 삶의 질을 좌우한다.


투자된 시간은 그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에서 더 '의미 있는' 시간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누군가는 부동산을 사드리고, 주식을 사서 관리하는데 많은 의미를 두는 것처럼, 지금 나에게 투자 시간 중 가장 많은 지분이 읽고 쓰는 데 '투자'될 뿐이다.


내가 거기에 가장 투자를 많이 하고 싶다는 의미를 두었을 뿐. 그러다 보니 이글까지 769개의 글이 쌓이게 된 것일 뿐일 거다. 하지만 이게 어느 날, 어떤 이유로 멈출지도 모른다.


힘든 건 억지로 오래 할 수 없다. 내가 매일 살아 있는 건 숨 쉬는 게 힘들지 않기 때문이듯. 인생이 그렇다. 다 이유가 생기고, 상황이 생기니까. 그래서, 가능했던 그때, 그 기간 동안, 그 나이였을 때 하는 거다.


항상 마음을 담아 의미를 두어야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어 강약 조절, 속도 조절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그런 행복한 기억이 되살아나는 그 시간만큼 더 내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게 아닐까. 그 기억 자체가 성공적인 인생을 의미하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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