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땀이 턱 끝에서 가슴으로 후드득 떨어져 내린다. 머리카락은 이미 물줄기가 되어 온 얼굴과 목을 타고 흐르고, 옷은 마치 물속에 담갔다 꺼낸 듯 무겁게 몸에 달라붙는다.
그때, 10여 미터 앞 주홍빛 난간 위에 앉은 비둘기 세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셋다 달려가는 나를 넌지시 바라본다. 가운데 비둘기만이 나와 눈이 맞았다. 귀찮은지, 지쳤는지, 졸리는 지, 아픈 지, 나른해 보인다.
부리 아래 앞가슴이 전혀 움직이지 않아 숨을 쉬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3미터 정도 앞까지 다가간다. 그러자 가운데 앉아 있던 비둘기가 푸드덕 날아올라 건너편 나뭇가지 위에 올라앉아, 나를 내려다본다.
순간, 나는 '어, 비둘기가?' 했다. 맞다. 그랬다. 비둘기도 새다. 날 수 있는 날개가 있고, 나뭇가지에 앉을 수 있는 발가락을 가지고 있다. 언제부턴가 갑자기 생긴 난간이 나뭇가지보다 더 튼튼하고 덜 경쟁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일 뿐이다.
그렇게 난간은 하천과 나, 비둘기 사이의 자유로운 삶의 흐름을 서로 관조하게 만드는 경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허무한 추락을 막아준다기보다 여기가 경계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역할을 말이다.
그러는 동안 오른쪽 한 마리는 움찔하다 멈칫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한두 걸음 더 내달린다. 그제야 역시 푸드덕하고 날아 내린다. 저 아래 하천변 돌담 위로.
다시 내 숨을 얕고 짧게 뱉어 내며 난간 앞을 지나친다. 그런데 왼쪽에 앉은 한 마리는 그러는 동안에도 살짝살짝 발가락만 이동할 뿐 날아가질 않는다. 아니, 바로 앞을 지나치는데도 오히려 뒤돌아 앉아 아까 날아 내려간 비둘기를 내려다보는 듯하다.
학, 학, 학, 학. 규칙적인 내 숨소리 사이사이에서 자유로운 흐름의 경계에서 벗어나지 않고 끝까지 홀로 남은 비둘기가 말을 거는 게 들리는 듯하다.
'그냥 가던 길을 가. 그냥 지나가. 나도 이제야 좀 내려앉아 쉬고 있는 거야!'
달리던 길이 끝나 하천 건너 반대편으로 돌아서 다시 뛰어내려온다. 그러다 하천 건너 그 난간을 다시 건너 본다.
여전히 그 비둘기는 혼자 앉아, 나를 향해 본다. 또다시 내게 말을 거는 것처럼 웅장한 가슴이 위아래로 들락거린다.
'너는 어떤 비둘기로 살고 있니! 게니? 재니? 아니면 나니?'
어떤 사람들은 홀로 지내는 데 익숙하다. (.....) 따라서 이런 이들은 그냥 혼자 기분 좋게 있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이들이 혼자 있다고 해서 가엽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오지랖을 부리지 마라(주1)
주 1 > 니체의 인생 수업, 니체, 2024, 메이트북스,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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