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오해

[ 아주 보통의 하루 ] 01

by 정원에

10년을 함께 살고 있는 열 살 타닥이. 아내는 한 달이 멀다 하고 오르기만 하는 미용 비용 부담에 요즘 직접 타닥이의 털을 다듬어 준다. 영상을 보며 익힌 솜씨로 과감하게 가위질을 시도한 지 한참이다.


물론 등과 가슴, 목덜미 여기저기에는 푹 파인 속살이 핑크빛 연못처럼 둥실둥실 떠다니곤 한다. 낮에는 집에만 있고 퇴근 후 같이 산책을 할 때는 어둑해져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그래도 타닥이의 얼굴 만큼은 꽤 괜찮다.


그러고 보면 깔끔하게 예뻐 보일 때나 다소 삐뚤 삐죽하게 퉁실해 보일 때나, 그저 우리 마음이 오고 갔을 뿐 타닥이는 언제나 한결같았다.


하지만 슬슬 봄볕이 강해지면 여름을 나기 위해 한 번은 전문가에게 맡겨 짧게 털을 정리해 준다. 올해는 내가 출장을 가 있던 5월 마지막 날이 그날이었다.


출장 중 아내가 보내온 사진 속 타닥이는 핑크빛 속살만 보이는 듯 흰 털이 거의 없었지만, 요즘 워낙 밥을 잘 먹는 덕에 3.3kg의 체구가 전혀 왜소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털에 가려 있던 옆구리살이 양쪽으로 볼록하게 나와 통통해 보였다.


임시 공휴일이었던 3일, 타닥이와 둘이서 산책을 나섰다. 타닥이는 숲길을 유독 좋아하는 게 나와 닮았다. 아마 내가 숲으로 자주 데려 들어가 그럴 거다.


놀이터를 지나고 아스팔트 위를 걸을 때는 마치 목적지까지 정해진 약속 시간에 도착해야만 하는 것처럼 노즈 워킹도 건성이다. 그저 앞만 보고 급하게 걷는다.


그러다 나무가 우거진 숲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타닥이의 발걸음은 현저히 느려진다. 본격적인 노즈 워킹, 아니 노즈만의 시간이다.


나 혼자면 10여분이면 될 숲길을 타닥이 뒤를 따라 걸으면 30분은 족히 걸린다. 코를 나무뿌리에, 바위틈에, 개나리와 장미 넝쿨 사이에 깊숙이 집어넣고 '흡, 흡, 흡, 흐아'하며 한 자리에서 몇십 초씩 냄새를 들이켠다.


그래도 그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으면 내 마음이 다 흐뭇해진다. 그날도 나도 모르게 타닥이 옆에 같이 쪼그려 앉아 심호흡을 했다. 타닥이가 마음껏 마시는 공기 입자 속에 묻은 냄새가 나에게도 양껏 흘러드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 숲 입구에서 보도블록이 끝나고 흙길이 시작된다. 바로 그 경계에 커다란 나무 한그루를 빙 두른 모양의 나무 의자가 놓여 있다.


햇살이 따사롭고 바람이 살랑이는 날에는 어김없이 동네 어르신들이, 보행 보조기를 앞에 하나씩 주차해 둔 채 삼삼오오 의자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장소다.


그날도 목말라하는 타닥이에게 물 한잔을 주었다. 척, 척, 척, 척 신나게 마시는 동안 나도 한참 타닥이처럼 나무, 땅, 바람, 햇살 냄새를 들이켰다.


그러고 있는데 타닥이와 내 등 뒤에서 나누고 계신 어르신들의 대화가 들렸다.


"아고, 저 녀석 뭘 저렇게 열심힐까. 개는 치와와가 역시 예뻐. 작고"



"어디? 아, 제? 그랴. 치와와가 분명하구만!"



한 어르신의 오해를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다정다감하게 확신에 차 받아 주는 또 다른 어르신.


덕분에 나 혼자 씨익하면서 한참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때 마침, 물을 먹고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타닥이가 혀를 날름 거리면서 꼭 이러는 것 같았다.


'잉? 메롱~ 나 치와와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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