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의 놀이터로 드나드는 정신의 손잡이

[ 아빠의 유산 ] 29

by 정원에


사랑하는 아이야.




삶이 놀이다.

인생은 자기만의 놀이터다.

나는 내 삶의 가장 재미난 장난감이다.


아빠가 자주 이야기했던 이 문장 기억하지? 아빠가 새벽 독서와 글쓰기에 빠진 이후 에는 이 문장 속에서 살고 있단다. 너무 재밌게, 매일 설레게. 아빠 안에서 작아진 채 쪼그라져 있던 어릴 적 내가 이제 다시 신나하고 있어.


그러다 보니 새벽 글친구들로부터 아빠의 표정이 달라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단다. 이상하지? 내가 원하는 대로 일찍 일어나 읽고 쓰기를 할 뿐인데. 표정 관리를 한 것도 아니고, 깊은 명상을 하면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훈련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야.


아무래도 아빠의 일상에서 위에 있는 문장을 제대로 실천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달라진 게 표정이 아닐까 싶어지긴 해. 마음속에 품은 감정이나 정서 같은 심리 상태가 겉으로 드러나는 게 표정인 것이니까.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아빠 주변에서 정말 '표정이 달라진' 사람들, 아니 원래 달라진 아빠의 표정을 늘 지니고 사는 그들의 표정이 눈에 조금씩 제대로 들어 오더구나. 내가 나를 보지 못할 때 보이지 않던 표정이.


먼저, 평온함이 가득한 잔잔한 미소가 돋보여. 웃지 않아도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있지. 전체적으로 편안하고 안정된 분위기가 풍기면서. 그 표정에서는 조급함이나 불안함이 보이기는 커녕 오히려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는 듯한 여유로움이 묻어 나.


그러니 자연스레 눈빛은 생기가 가득해. 활기가 있고, 주변을 따뜻하게 또는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그 눈빛에서는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몰임감이 충분히 느껴지지.


이런 표정을 이루는 얼굴 근육은 당연히 이완되어 있지. 미간의 찌푸림이나 턱의 경직 없이 얼굴 전체의 근육이 부드럽게 보여. 내면의 평화가 외면으로 그대로 드러난 모습이랄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휘둘리지도 않는 균형감이 느껴져.


이들의 공통점이 하나 더 있어. 나를 돌아볼 때, 내 이야기를 들을 때 시선이나 턱이 먼저 움직이지 않고, 얼굴 전체가 함께 움직이면서 내가 빠져들듯이. 바로 입보다는 눈빛으로 경청을 한다는 거야.




이들의 표정은 항상 '지금-여기'에 대한 몰입과 수용을 말하고 있어.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감 대신, 현재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능력을 보여주지. 한마디로 현재를 즐기는 지혜다 빛나는 표정들이야.


또, 내면의 풍요로움이 그대로 표정으로 흘러넘쳐. 외부적인 조건이나 타인의 시선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단단함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때로는 감탄스럽기까지 하지.


우리는 항상 건물에 존재해. 우리 주변을 잠깐 둘러봐. 자연과 어우러진 수많은 건물들이 있지. 그것 중 한 곳 이상에서 우리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까. 이런 의미에서 건물은 삶의 본질에 비유할 수 있어.


우리의 삶은 하나의 견고한 건물이지. 겉으로는 화려하거나 소박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건물을 이루는 재료와 구조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는 지니까.


일상을 잘 즐기는 사람들은 이 삶이라는 건물의 내면을 튼튼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데 집중해. 외부의 시선이나 조건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가치와 의미를 이 건물 안에 채워 넣는 것이지.


그럼, 외부에서 그 건물 안으로 혹은 건물 안에서 외부로 나가는 통로인 문은 무엇일까. 바로 선택과 경험이야. 삶의 매 순간은 새로운 방으로 들어가는 문과 같아. 어떤 문을 열고 들어갈지, 나설지는 우리의 선택이니까.


그 문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경험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지. 일상을 잘 즐기는 사람들은 두려움 없이 새로운 문을 열고, 그 안에서 어떤 상황과 마주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탐색하는 태도가 뛰어나지. 문이 닫힌 사실만으로 절대 좌절하지 않지.


그런데, 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또는 나가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문고리, 즉 손잡이잖니.


손잡이는 단순히 문을 여는 도구를 넘어, 우리가 삶의 순간들을 어떻게 대하고, 어떤 마음으로 마주하는지를 상징해.


일상을 잘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을 통해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그들만의 '특별한' 손잡이를 엿볼 수가 있어.


특별하다는 표현을 한 이유는 바로 실제 물건으로서의 손잡이가 아니라 <정신의 손잡이>이기 때문이란다.




우선, '감사의 손잡이'야. 삶의 크고 작은 순간들에 감사하는 마음의 문을 수시로 여는 손잡이지. 완벽하지 않아도 현재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이 이 손잡이를 아주 부드럽게 자주 돌린단다.


그들은 또, '호기심의 손잡이'를 지니고 다녀. 반복되는 듯한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배우려는 호기심 천국으로 향하는 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손잡이지. 익숙한 풍경 속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소소한 변화를 즐길 줄 아는 태도가 이 손잡이를 통해 천국의 문을 열게 하지.


다음으로, 이들은 '수용의 손잡이'를 가지고 있어. 삶의 역경이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수용의 문을 여는 손잡이지.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들기보다, 흐름에 맡길 줄 아는 지혜가 이 손잡이를 돌리게 만들어.


마지막으로, '연결의 손잡이'야. 타인과 세상을 향해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연결하려는 의지로 문을 여는 손잡이지.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인지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행복을 중시하는 마음이 이 손잡이를 잡게 하는 힘이지.


그들은 자신만의 이런 <정신의 손잡이>가 녹슬지 않고 언제든지 부드럽게 움직여 원하는 문이 열릴 수 있도록 평소에 항상 기름칠을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단다.


자신이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꾸준히 탐색하고 이해하려 하지. 자신을 잘 아는 것이야말로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중심을 잡는 첫걸음이라는 진리를 실천하는 것이지.


또, 감사 일기를 쓰거나, 매일 긍정적인 확언을 하는 등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사고 습관을 들이려고 해. 작은 것에서부터 감사와 행복을 찾아보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이지.


이를 위해 이들은 유독 '현재'에 집중하는 연습을 심혈을 기울여. 명상이나 요가, 또는 산책이나 운동 등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에 몰입하는 시간을 통해 온전히 오늘에 존재하려 노력하는 거야. 오늘만 잘 살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런데 아빠가 '발견'한 새벽에 꾸준히 일어나 보니, 읽고 써 보니 이 <정신의 손잡이>들은 거창한 것이 아니더구나. 내 안의 '지금-여기'에 대한 몰입과 수용, 내면의 풍요로움에서 오는 힘이 바로 이 손잡이들을 움직이는 기름이 되어준다는 확신이 들거든.



그러니 사랑하는 아이야.


너만의 특별한 <정신의 손잡이>를 항상 빛나게 갈고닦으며, 매일매일 너의 삶의 문을 신나게 열어젖히는 멋진 사람이 되렴. 아빠는 항상 너의 곁에서 너의 아름다운 표정과 함께 그 문들이 활짝 열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응원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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