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안부

[ 아주 보통의 하루 ] 08

by 정원에

혼자 출근할때 보다 10여분 일찍 나선지 반년이 지나간다. 큰 도로에서 마을 안쪽으로 이어진 길을 5분여 달려 아내를 내려 주고 다시 나와야 해서다.


그런데 그 길로 들어선 덕분에 만날 수 있는 이들이 있다. 언제나 내 바로 앞에서 느릿하게 달리다 나를 만나면 옆으로 비켜주고 먼저 앞서 가라 양보하는 흰색 승용차.


그분 덕분에 내가 앞서 나가 모퉁이를 돌면 보이는 요쿠르트 카트. 언덕을 내려 걷듯 달리는 60대 배불룩한 아저씨.


아내를 내려 준 뒤 내려온 언덕을 다시 돌아가다 보면 늘 한발 앞서 달리는 연초록색 박스가 올라 앉은 1톤 트럭.


두부, 콩나물은 물론 딸이 좋아하는 유부초밥 피를 만들어파는 유명 식품 회사 로고가 방긋하게 웃는 듯한 모습을 보며 뒤따라 오른다.


언제나 앞서 가라 속도를 늦춰주는 흰색 차 덕분에 괜히 혼자 급한 마음을 조금 가라 앉히게 된다.


하얀색 유선 이어폰을 낀 채 축 늘어진 비닐 커버 안에서 살짝 살짝 그르부를 타는 배달원의 뒷 모습은 핸들위에 있는 내 손가락도 튕기게 만든다.


내 뒤를 따라 언덕을 눈밭에 미끄러지듯 따라 내려오는 모습이 오른쪽 사이드 미러에 가득 차면 왠지 모를 평화를 느끼게 된다.


푸우, 푸우 숨을 몰아 내쉬어서 까만 입술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러너는 걷는 듯 느릿하게 뛰지만 결코 멈추지는 않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이번에는 꼭 이겨내야지 하는 각오가 느껴지는 건 내 착각일까.


매일 아침 7시 32분에서 33분 사이에 아내와 함께 출발하면 어김없이 모두 만날 수 있는 익숙한 타인들이다.

이들을 다 만나 보고 출근하는 날에는 길위에 떠 다가는 구름마저 더 둥실거린다.


그럴때면 그 구름위에다 이렇게 하루의 제목을 붙여 보곤 한다.



‘오늘도 우리, 같이

安寧해요.’



그런 날은 유독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자꾸만 흥얼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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