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마치고 막 교무실에 들어서는데, 한 아이가 뒤따라 들어왔다.
‘선생님, 지갑 주었어요.’
그렇게 건네받은 검은색 가죽 지갑은 책상 위에서 살짝 벌어질 정도로 꽤 도톰했다.
그 지갑은 오랜동안 사용한 흔적이 군데군데 있었다. 주인을 찾기 위해 열어보고 한참을 그냥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 안에는 하얀 영수증이 다발처럼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퇴근 무렵, 한 아이가 내 이름을 더듬거리며 찾아왔다. 가끔 그러듯 톡방에 올려놓은 분실물 사진을 보고 건네, 건네 전달이 되었던가 보다.
그런데 자기 지갑이라며 나를 찾아 5층까지 올라온 아이는 영수증보다 더 새하얀 피부를 가진 낯선 여학생이었다.
내 수업을 듣지 않아 그럴까 싶었는데, 2층에 있는 다른 학년 아이였다. 말투를 보니 수줍음이 많고 조용조용한 아이인 건 분명해 보였다.
지갑을 받고 돌아서려는 아이에게 물어봤다. ‘영수증을 모으는 거니? 왜?’하고. 그랬더니 아이의 대답이 이랬다.
‘네. 제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거든요.’
자그마했지만 깊이가 있는 철학자 같은 대답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내 느낌과는 다소 다르게 또렷하고 당찬 목소리였다. 그제야 그 아이의 눈빛이 너무나 반짝이는 게 내 눈에 들어찼다.
귀찮아하며 영수증을 잘 챙기지 않는 내가 잠시 부끄러워지면서도 하루 하루 살아낸 작은 기념물에는 아이의 어떤 꿈과 희망 그리고 다짐이 녹아져 있을까 아주 궁금해졌다.
천천히, 깊숙이 인사를 하고 아이가 나간 문을 한참 바라보면서 그 자그마한 아이의 하루하루는 참 소소하고 의미 있는 즐거움이 영수증만큼 가득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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