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한잔 들고 업무용 컴퓨터가 켜지자마자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스물몇 개의 글자 사이에서 부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오래 함께 근무하다 얼마 전 전근을 간 선배의 모친상 소식이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평소라면 휴대폰으로 오던 부고가 어찌 된 일인지 업무 메신저에만 와 있었고, 다른 메시지에 묻혀 놓쳐버린 것이다.
급히 조의금이라도 보내려 클릭했더니 화면에는 단 한 줄이 떠 있었다.
“해당 부고는 발인되었습니다.”
그제야 ‘발인’이라는 단어가 낯설 만큼 선명하게 다가왔다. 떠나기 위한 출발. 집을, 가족을, 친구를, 세상을 향한 마지막 발걸음. 그렇게 특별했던 날도, 그저 흘려보낸 평범한 날도 결국엔 ‘어느 날’이라는 이름 아래 같이 간다.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마치고 나오면 늘 생각에 잠긴다. 몇 달 뒤, 때로는 1년 뒤로 잡힌 예약 날짜. 손에 쥔 종이를 들고 언덕길을 내려오다 보면 문득 떠오른다. 언젠가 그날도 내 삶의 한 장면이 되어 버리겠지.
지지난주에 만난 친구도 있었다. 늘 “언제 한번 보자” 하던 사이였는데, 그 뒤로는 영영 볼 수 없게 되었다. 평일 오후. 유쾌하고 유능하던 후배가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던 기억도 있다.
반대로 오랜 눈물 끝에 아이가 연이어 찾아온 친구 부부의 환한 얼굴도 떠오른다. 떠남과 맞이함이 모두 같은 이름, ‘어느 날’ 안에 다 있다.
새해 첫날, 한 해의 마지막 날, 아내가 좋아하는 시월의 마지막 날, 주치의가 “이제는 6개월마다 뵙죠” 하던 날, 크리스마스, 결혼기념일, 생일. 돌아보면 모든 날이 한 번 뿐이었다.
며칠 전, 열 살이 되어가는 반려견 타닥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진료를 마치던 젊은 수의사가 담담히 말했다.
“계속 나빠지는 건 당연하니, 추억 많이 쌓으세요.”
타닥이는 여전히 건강하다. 신장이 조금 약할 뿐, 나이에 비하면 아직 시작일 뿐이라 했다. 그런데도 ‘추억’이라는 말이 낯설고 무겁게 다가왔다.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던 아내와 나는 돌아오는 길에 말했다.
“잃은 뒤에 아파하지 말고, 지금 충분히 사랑하자.”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결국 우리는 모두 언젠가 떠나기 위해 출발할 존재들이니까. 안다. 생애 마지막날도 첫날처럼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런데 알면서도 자주 잊고 산다. 바쁘다는 핑계로,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죽음은 늘 멀리 있는 것처럼 외면하며 살아간다.
그렇지만 집을 나설 때 건네는 한마디, “잘 다녀올게.”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마주하는 눈빛, “수고했어.”
그 순간들이 하루를 특별하게 만든다는 걸 조금씩 알아간다. 말보다 따뜻한 눈빛이나 포옹 한 번이 더 평범한 날을 기적으로 바꾼다는 것도.
사람이 바라는 건 정말 단순하다. 몸과 마음이 모두 편안한 상태. 그 평안은 거창한 사건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을 때 온다.
일 년에 단 한 번뿐인 날, 바로 오늘. 그래서 지난 2년 동안, 새벽마다 글벗들에게 ‘오늘도 우리 같이 안녕해요’라는 인사를 보낸다. 매일이 마지막처럼 특별해서가 아니라, 매일이 다시는 오지 않을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매일, 오늘은 평생 단 한 번뿐인 날이다. 표현하며 살아야 한다. 월요일이어도, 금요일이어도 오늘이다. 뻔해도, 알아도 표현하지 않으면 추억할 수 없는 아픔으로만 남는다.
[ 알림 ] _ 드디어!! 이번 주 토요일 8월 23일 [ 위대한 시간 2 ]
@일정 : 2025. 8. 23(토) 13:00-17:00 (1차 -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
2025. 8. 30(토) 17:00-19:00 (2차 - 온라인)
@참여방법 : 참가비(1,2차 모두 합쳐 3만 원). 아래 신청링크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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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로 7월 28일부터 30일 연속 글쓰기 중입니다. 30일 뒤에 한 권의 초고를 완성하려는 도전입니다. 그러는 동안 기존 라이팅 레시피는 잠시 멈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