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서서

[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22

by 정원에

멀리 있는 듯 가까이 있고, 익숙한 듯 낯선 그곳.


해와 달, 빛과 어둠이 하루를 이어받아 지나는 동안, 묵묵히 숨을 고르며 수많은 생명을 품는다.


오래된 법칙처럼, 영원의 숨결을 담은 우주의 심장이 되어 아무 말 없이 세상의 질서를 내뱉는다.


발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차갑고도 보드라운 감촉이 온몸의 잠든 감각을 깨운다.


박명의 시간, 검은 윤슬이 반짝이는 순간마다 눅눅하던 마음은 버서석 타오르고, 사라졌던 기운은 힘껏 꿈틀거린다.


땅이면서도 물이다. 내부도 외부도 아니면서, 동시에 내부이자 외부다. 한없이 얕아 보이지만 닿을 수 없는 깊이를 품고 있다. 끝 모를 고요와 파동이 교차한다. 그 모호함이 우리 삶의 진실을 말해 준다.


생존의 지혜와 기술을 가르친다. 가치와 협력을 일깨운다. 그렇게 인류의 지혜가 오랜 세월 쌓인 자리이며, 예술과 문화가 끊임없이 영감을 길어 올리고 있는 두레박이다.


말없이 가르친다. 속살이 드러나도, 차디찬 물에 잠겨 있어도 스스로의 역할을 잃지 않는다. 거리가 벌어지면 슬그머니 이어주고, 사이가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소리 없이 가로막아 서로를 보호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수많은 사이의 경계에 서 있다.



슬픔과 기쁨 사이

분노와 희열 사이

사랑과 미움 사이

성공과 실패 사이

희망과 절망 사이

자유와 억압 사이

현실과 환상 사이

밀물과 썰물 사이

거짓과 진실 사이

오만과 겸손 사이

의심과 믿음 사이

현재와 영원 사이

혼돈과 질서 사이

깊이와 넓이 사이



수많은 '사이'를 건너 바다는 땅으로 올라서고, 땅은 바다로 내려앉아 뒤섞인다. 그러는 동안 우리 안의 갈등을 비추고 서로의 간격을 조율한다.


내 발가락 사이로 스며든 작은 우주는 어느새 교실이 되고, 쉼터가 되고, 터전이 되고, 보물 창고가 되어 내 삶의 역사를 읊조린다.


틈만 나면 나는 그곳으로 달린다. 내 안에 넉넉한 사이를 만들어 주고, 내가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시간을 안고 흐르는 추억을 간직하는 역사가 넘실거리기 때문이다.



인내와 적응의 일터
침묵과 관찰의 쉼터
다양성과 공존의 장터
경외심과 겸손의 배움터

지속성과 순환의 놀이터



수많은 이들이 섰다가 사라져 간 그 터에 지금 나 역시 서 있다. 영원의 침묵과 위로를 가르쳐 주는 그곳. 그곳은 내 안에 움켜 쥔, 우주다!





[ 알림 ] _ 드디어!! 이번 주 토요일 8월 23일 [ 위대한 시간 2 ]

@일정 : 2025. 8. 23(토) 13:00-17:00 (1차 -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

2025. 8. 30(토) 17:00-19:00 (2차 - 온라인)

https://guhnyulwon.wixsite.com/my-site-2


@참여방법 : 참가비(1,2차 모두 합쳐 3만 원). 아래 신청링크 클릭

@신청링크 : https://forms.gle/3xgDsqr5VYCuQfpRA

https://blog.naver.com/ji_dam_

@브런치북 [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로 7월 28일부터 30일 연속 글쓰기 중입니다. 30일 뒤에 한 권의 초고를 완성하려는 도전입니다. 그러는 동안 기존 라이팅 레시피는 잠시 멈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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