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 intuition
직관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깊이 생각하거나 논리적으로 따져보지 않고 ‘내면의 감각’으로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에머슨은 이런 의미로 직관을 내면의 가르침, 즉 ‘일차적 지혜’(주1)라고 했다.
마치 씨앗이 그 안에 거대한 나무의 잠재력을 품고 있듯이, 직관은 어떤 사유의 본질적인 핵심을 담고 있다.
그것은 매우 단순하고 명료하지만, 그 안에 담긴 깊이는 무한하다.
숨 죽인 새벽 하늘을 순간적으로 가르는 번개 같다. 느닷없이 찾아와 마음을 단번에 흔들지만, 짧고 강렬하게 진실의 윤곽을 보여주면서 곧바로 방향을 환하게 잡게 한다.
이처럼 직관의 메시지는 즉각적으로 와닿고, 수많은 생각의 잔뿌리를 성장하게 한다.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이유다.
교양 tuition
반면, 교양은 여러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여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가꾸는 정원과 같다.
씨앗이 그 자체로 존재하지만, 정원사가 그것을 가꾸고 다른 식물들과 조화롭게 배치해야 아름다운 정원이 되듯이, 교양은 직관의 메시지를 다듬고, 논리적으로 배열하고, 다른 철학자들의 사상과 연결해야 자란다.
교양은 직관의 메시지를 더 풍성하고 구조적으로 만들어 준다. 철학자의 명제를 이해하기 위해 그를, 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을, 다른 철학자들과의 논쟁의 핵심을, 그리고 그 명제가 철학사에 미친 영향을 ‘습득하는 과정’이 바로 교양인 것이다.
에머슨이 교양을 ‘tuition’로 표현한 이유일 거다. ‘밖으로부터 오는’ 가르침, 즉 교육, 훈련의 '과정'을 강조하기 위해서!
교양은 그렇게 오랜 시간 쌓은 지식과 경험, 문화의 퇴적물이다. 하나의 씨앗이 다양한 꽃과 나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정원을 이루는 과정과 같다.
번개처럼 서두르지 않지만 촛불처럼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어슴푸레한 골목을 은근히 밝혀준다.
다만, 내 시야가 스스로 어둠을 서서히 걷어내고 촛불이 밝혀주는 그 길을 들여다볼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요구될 뿐이다. 에머슨이 교양을 가리켜 직관 ‘뒤에 나오는 모든 가르침’(주2)이라고 한 이유이다.
이 둘은 비와 구름 사이와 같다. 직관의 씨앗이 있어야 교양의 정원을 가꿀 수 있고, 교양의 정원이 있어야 직관의 씨앗이 바람에 묻어 날아다니다 싹을 틔울 수 있다.
정원의 한켠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한참 동안 황톳길을 걸었던 맨발의 감각을 가만히 느껴 본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직관은 삶의 순간 순간에서 진실을 부여잡는 감각이고,
교양은 그 진실을 오래도록 품고 살아가게 만드는 맥박이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육체의 건강을 넘어 ‘교양’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재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주1>, 주2> 자기 신뢰, 랄프왈도 에머슨, 2023, 현대지성,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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