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명운

[ 언어와 나의 세계 ] 20

by 정원에

운명運命

정해진 재료와 그에 맞는, 정해진 레시피다.


이 레시피에는 사용해야 할 재료(유전, 환경), 조리 순서(시대적 배경), 완성될 요리의 형태(시대적 흐름)까지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다.


어떤 사람은 쌀과 채소를 받고, 또 어떤 사람은 고기와 향신료를 받는다.


재료의 질이나 종류는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 있어서, 스스로 고를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주어진 레시피를 깊이 이해하고, 각 단계를 충실히 수행하여 레시피가 가진 최상의 맛을 이끌어내는 것이 운명의 미덕이다.


명운命運

각자에게 주어진 다른 재료가 담긴 식재료 바구니 그리고 조리 도구다. 정해진 레시피는 없다.


명命은 이 바구니에 담긴 재료다. 어떤 이는 투뿔 안심을, 어떤 이는 감자와 계란을 받았다. 이 재료는 선택한 것이 아니며 바꾸기 어렵다.


운運은 이 재료들을 가지고 어떤 요리를 만들지 고민하고, 자신만의 기술과 노력을 더해 조리하는 과정이다. 평범한 감자볶음을 할지, 창의적인 그라탕을 만들지.



얼핏 보면 ‘정해진 레시피’와 ‘식재료 바구니와 조리 도구’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 같지만, ‘조리법’이라는 지점에서 연결된다.


요리는 재료(운명)와 조리법(명운)이 만나야 비로소 완성된다. 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어도 요리를 못하면 빛을 보지 못하고, 반대로 뛰어난 조리법이 있어도 재료가 빈약하면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자신만의 조리법은 교육, 훈련, 지혜, 통찰과 감정, 건강, 그리고 관계의 융합을 통해 얻은 것이다. 이 말은 그간 수많은 ‘실패한 요리’들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조리법이 곧 ‘자유 의지’이다. 우리의 삶은 주어진 조건과 자유의지의 합작품이다.


https://blog.naver.com/ji_dam_


라이팅레시피(9).png


작가의 이전글평온; 평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