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온 시간,
겪어 온 환경,
타고 난 기질,
농축 된 성품에서
무의식적으로 배어 나오는 실존
existence의 향기가 ‘티’다.
감추려고 애쓰지만 오히려 억양으로, 습관으로, 표정과 눈빛으로 더 짙게 배어 나온다.
지문, 나이테처럼 자신의 실존을 증명하는 가장 정직한, 내면의 흔적이다.
만약 실존existence이 한 잔의 '티(Tea)' 라면,
지나 온 시간은 찻잎이 자라난 토양의 깊이이고,
겪어 온 환경은 찻잎을 키워낸 햇빛과 바람이며,
타고 난 기질은 찻잎이 간직한 고유의 품종이다.
이 모든 것이 농축되어 세상이라는 뜨거운 물과 만났을 때 은은하게 우러나오는 빛깔, 맛 그리고 향. 그것이 바로 ‘티(Tea)’이다. 국화 우린 물에서 국화향이 나고, 산수유 담은 잔에서 산수유향이 나는 것과 같다.
좋은 티(tea)는 자신이 나고 자란 토양을 숨길 수 없듯, 사람의 ‘티’ 역시 억지로 꾸며내거나 감출 수 없는 가장 정직한 삶의 풍미이다. 촌티, 부티, 귀티, 학생티, 날티, 막내티, 신입티, 전문가티, 아재티처럼 비의도적 진정성을 발산하는 그 사람의 삶을 맛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상태인지가 ‘티’를 통해 발각된다. 그래서 ‘티’는 ‘티(tea)’를 닮았다. ‘티’는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한 채 타인에게 건네지는, 잘 우러난 삶의 고백이기 때문이다.
의식적으로 빚어내는 자아self의 조각상이 ‘표현’이다. 고백하고, 나누고, 수행하고, 탐구하면서 자신을 감추지 않으려고 모든 감각에게 총동원령을 내린 결과물이다. 서명, 낙관처럼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가장 치열한, 성취의 페르소나다.
‘티’가 ‘티(tea)’를 닮았다면, ‘표현’은 ‘다담(茶談)’이다. 자신이 지닌 ‘티’의 풍미를 가장 가치 있게 전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빚어내는 자아의 행위이다. 어떤 찻잔에 담을지, 어느 정도의 온도로 우릴지, 어떤 순서로 내어놓을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이다.
다담(표현)은 말, 글, 예술, 스타일, 태도를 통해 외부와 상관없이 스스로 빛을 내어 어둠 속에서도 자신을 드러내는 발광체처럼 명확한 의도에 대한 선언이다. 좋은 와인은 잘 익은 포도에서, 향 깊은 커피는 숙련된 손길에서 나오는 것과 같다.
결국, ‘표현’은 스스로 명확히 인식하고 타인에게 가닿으려는 삶의 의지다.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 증명하기 위해 표현한다.
중요한 건,
무심코 새어 나오는 ‘티’가 전혀 없이, 계산되고 의도된 ‘표현’만으로 채워진 관계는 공허할 뿐이고, 자아를 방황하게 한다. 반대로 ‘티’를 가치로운 ‘표현’으로 승화시키지 못한다면,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자아마저 믿지 못하게 된다,
는 사실을 알고 사는가이다. ❤️
https://blog.naver.com/ji_dam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