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 관찰

[ 언어와 나의 세계 ] 24

by 정원에

관측觀測

'관측'은 등대지기의 시선과 같다. 등대지기는 망원경과 같은 도구를 통해 멀리 떨어진 바다를 본다.


그의 목적은 감상이나 교감이 아닌, 객관적인 정보의 획득과 제안이다.


다만 관측하는 자와 관측당하는 대상 사이에는 명확한 거리가 존재한다.


거리두기Detachment를 통해 사실적인 수치와 객관적인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대상을 ‘나’와 분리된 객체object로 인식하려는 의도다.


왜냐하면 '나'를 최대한 배제해야 보편적인 법칙을 찾아내려는 이성적 탐구 정신을 실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이 항상 ‘육지’를 등지고 있는 이유다.



관찰觀察

'관찰'은 정원사의 손길 어린 시선과 같다. 정원사는 식물을 가까이에서 온 감각을 동원해 살핀다. 흙이 얼마나 말랐는지, 잎의 색이 왜 바래는지, 새순이 어느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지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 보살피기 위한 살핌이다.


그래서 관찰하는 자와 관찰당하는 대상 사이에는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 다가서기Engagement를 통해 이야기가 있는 관계를 남기기 위해서다. 대상을 나와 연결된 주체subject로 대하는 태도다.


왜냐하면 ‘나’를 최대한 배제하면서도 대상의 상태에 공감하고 그 내면의 생명력과 교감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이 언제나 ‘대상’으로 향해 있는 이유이다.




따라서


관측이 차가운 망원경이면,

관찰은 따듯한 돋보기이다.


관측이 세계를 번역하려 한다면,

관찰은 세계를 품으려 하는 것이다.


관측이 세계의 '겉'을 재는 이성의 언어라면,

관찰은 세계의 '속'을 읽는 마음의 언어이다.


관측이 우주의 광대함을 측정하려고 한다면,

관찰은 정원의 씨앗 속에서 우주를 발견하려는 것이다.


진정한 지혜는 이 두 시선을 모두 가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다만, 관찰할 때 무심코 관측으로 흐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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