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날

[ 언어와 나의 세계 ] 34

by 정원에

날씨는,

하루라는 시간('날')의 '상태'나 '모양새'를 의미하는 '날의 씨'이다. 이는 날씨가 하루라는 시간('날') 위에서 펼쳐지는 가변적인 현상임을 암시한다.


곧, 우리를 둘러싼 예측 불가능한 외부 환경과 그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내면의 감정 상태를 상징하는 강력한 은유로 작동한다.


우리 관계에 냉기류가 흘러.

마음의 먹구름이 걷히질 않아.

새로운 프로젝트에 순풍이 불기 시작하네.

험난한 세파(世波)를 견디어 여기까지 온 것이지!


이렇게 '날씨'는 우리가 세계와 맺는 관계의 본질을 드러낸다. 맑은 날씨에 마음이 상쾌해지고, 궂은 날씨에 괜히 울적해지는 것처럼, 날씨는 인간이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외부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감응하는 존재임을 시시각각 일깨운다.



반면 날은,

태양(日)의 운행에서 비롯된 시간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자,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순간 그 자체를 상징한다. 해가 뜨고 지는 하루의 반복은 삶과 죽음의 순환을,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는 사실은 시간의 유한성과 현재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한다.


좋은 날이 오겠지.

아, 오늘 날 참 좋다.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허송세월로 많은 날을 다 보냈다.


이처럼 '날'은 인간이 시간 속에서 희망하고 절망하며 살아가는 실존적 존재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날은, 주어진 시간 위에서 스스로의 삶을 써내려가고 그 흔적을 책임져야 하는 주체적인 존재임을 매일 매일 알려준다.




날씨가 나를 둘러싼 세계의 엄격한 흐름이라면,

날은 그 흐름 속에서 내가 만들어내는 삶의 리듬이다.


날씨가 주어진 무대의 조명이라면,

날은 그 무대 위에서 내가 펼치는 연기의 한 장면이다.


날씨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세상 변화에 흔들리는 관계의 저울이라면,

날은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매일 묻고 또 묻는 존재의 거울이다.



결국,

날씨는 조건이지만

날은 나의 선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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