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안주

[ 언어와 나의 세계 ] 35

by 정원에

반찬은,

밥이란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는 배우들이다.


김치찌개라는 주연 배우가 극의 중심을 잡고, 계란말이라는 다정한 조연 배우가 분위기를 말캉하게 만들며, 짭쪼름한 멸치볶음이라는 신스틸러가 입맛을 돋운다.


이 배우들 덕분에 또 한 번의 ‘식사’라는 풍성한 연극이 완성되면서 내면의 세계를 풍요롭게 하고, 스스로를 이해하고 충전하게 만든다.


익숙한 배우들이지만, 결코 질리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누리게 해준다. 그렇게 반찬은 삶이란 나만의 ‘맛의 취향’을 형성하게 도와준다.




안주는,

튼튼하게 잘 만들어진 무대 위에서 술이라는 가수가 노래하는 동안 연주하는 반주자다.


매콤한 닭발은 소주의 쓴맛을 짜릿하게 받아치고, 담백한 두부김치는 톡 쏘는 막걸리를 부드럽게 감싸안고, 보들보들한 한치 다리에 돌돌 말린 고소한 땅콩은 대화의 중간에 간주를 띄운다.


이 연주자들 덕분에 또 한 번의 ‘파트너십’을 확인하면서 가수가 반주자를 이끌고, 반주자가 가수를 유도하며 외부의 세계로 확장하게 해준다.


익숙한 연주자들일수록, 더욱 모나지 않게 '함께'의 시간을 감사히 여기게 해준다. 이렇게 안주는 삶이란 나만의 ‘멋의 취향’을 형성하게 도와준다.



그러나 반찬과 안주의 지향점은 명확하게 다르다. 반찬이 밥의 기능과 능력을 올려주려는 반면, 안주는 술의 그것을 지긋히 눌러 가라앉히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다 과하면 본질을 흐릿하게 만든다는 치명적인 결함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 성질이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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