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추석

[ 언어와 나의 세계 ] 33

by 정원에

우리는 흔히 새해의 시작은 '설', 한 해의 결실은 '추석'이라 말한다. 하지만 과연 시작과 끝은 칼로 자른 듯 명확히 구분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자연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시작과 끝의 경계를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기, 우리 삶의 리듬을 가르쳐주는 두 개의 문이자 거울이 있다.



설은,

자연의 흐름에 올라타 보면 ‘마무리의 거울’이다.

추운 겨울의 끝자락에 찾아와 맹렬하게 달려온 한 해를 마무리하고 서로를 비춰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올 한 해도 애썼다. 너의 얼굴에 남은 시간의 흔적들을 우리가 함께 기억할게.’



추석은,

다가올 시련을 함께 준비하는 ‘연대의 문’이다.

추석의 풍요로움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다. 공동의 에너지를 비축하고, 부족한 것을 채워주겠다는 다짐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곧 추워질 거야. 이 풍요로움을 나눠 갖고, 함께 겨울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결국,

설날의 거울을 보고 나와 추석의 문을 향해 달려 가고, 추석의 문을 열고 들어서먼 설의 거울이 번쩍거린다.


이렇게 설과 추석은 앞뒤로 붙어 우리 삶이 직선이 아니라 순환의 리듬속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풍족하게, 맛있게 가르쳐주는 자연의 회전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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