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가로수

[ 언어와 나의 세계 ] 52

by 정원에


가로등

밤의 어둠을 몰아내고 인간의 활동 시간을 연장하는 문명의 이기다. 하지만 우주는 원래 어둠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은 듯 불안과 미지의 대상인 어둠을 정복하고, 세상을 온전히 인간의 통제 아래 두려는 인간의 욕심이 밤을 잠들지 못하게 한다.

어둠은 본래 자연스러운 휴식과 성찰의 시간이지만, 인간에게는 잠재적인 위험과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가로등은 이러한 불안을 제거하고 24시간 안전을 확보하려는 욕심의 산물로 마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여 모든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안타까운 욕망을 닮았다.


가로등의 인공적인 빛은 밤에도 대낮 같은 활동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쉬지 못하게 한다. 인간도 불나방처럼 달려들 수 있게 비추기 때문이다. 성찰을 방해한다. 밤하늘의 별빛을 지우기 때문이다.


가로수에 비해 잘리지도, 비틀리지도, 꺾이지도 않지만 언제나 고개를 푹 숙이고만 있다. 그리고 그 눈빛은 자주 깜빡이다 이내 잠들어 버리기 일쑤다.





가로수

본래 야생에서 자유롭게 자라야 할 나무를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심고, 전깃줄과 간판을 피해 잘려나가며 인위적으로 관리되는 존재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감당하기보다는, 자신의 목적에 맞게 자연을 변형하고 통제하려는 인간의 욕심을 드러낸다.


가로수는 도시의 삭막함을 덜어주고 자연의 정취를 느끼게 해 주지만, 그 본질은 '길들여진 자연'이다. 자연의 생명력을 가까이 두고 싶지만, 그 거칠고 예측 불가능한 힘은 두려워하는 인간의 이중적인 태도의 최대 피해자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쾌적한 환경을 동시에 곁에 두려는 인간의 욕심은 떠나온 고향, 헤어진 가족을 뒤로한 가로수를 더욱 병들게 한다. 자세히 보면, 좁고 얕은 숨구멍으로 버티느라 본성을 잃은 채 뿌리의 에너지가 제대로 뻗어나가지 못해 기괴한 형태로 몸부림치고 있다.


잘리고, 비틀리고, 벗겨지고, 꺾이지 않은 가로수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미안한 마음에 이름표를 붙이고, 주사기를 꽂아줘 보지만 통제하지 못할 생명은 그저 불편해하기만 한다.




가로수와 가로등은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두 개의 슬픈 자화상이다. 하나는 어둠을 정복하려다 스스로 지쳐 깜빡이는 우리의 '불면'을, 다른 하나는 자연을 길들이려다 본성을 잃고 뒤틀린 우리의 '상처'를 닮았다.



새벽 산책길, 그 안쓰러운 동행자들에게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을 통제하려다 정작 스스로의 휴식과 자유마저 잃어버린 현대의 고독한 그림자다.



하지만 새벽마다 그들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순간,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통제가 아닌 진정한 공존의 지혜를 향한 새로운 아침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고요함의 메시지를 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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