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코

[ 언어와 나의 세계 ] 55

by 정원에

달리기를 할 때 초보자는 본능적으로 입으로 숨을 쉰다. 숨이 차고 급하니까. 하지만 오래 달리는 사람은 코로 숨을 쉰다.


코는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며 리듬을 만든다. 인생도 그렇다. ‘입’으로 사는 사람은 속도를 좇고, ‘코’로 사는 사람은 호흡을 다스린다.


입은,

생존의 입구이자 욕망의 출구다. 먹고, 말하고, 외치며 세상과 부딪힌다. 입으로 달리는 사람은 세상과 부딪치며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 한다. 더 빨리, 더 멀리, 더 크게.

하지만 입으로 숨을 쉬면 금세 숨이 찬다. 산소는 많이 들어오지만 리듬이 깨지고,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급하게 들이마시느라 깊게 담지 못해 들어온 것보다 더 내뱉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입의 달리기는 ‘성과 중심의 인생’을 닮았다. 자신의 속도를 세상과 비교하며, 멈추면 뒤처질까 불안하다. 입으로 달리는 인생은 ‘지금’보다 ‘결과’를 삼킨다. 그렇게 입은 바람을 마시면서 욕망도 함께 들이킨다.




코는,

코는 느리지만 꾸준하다. 입이 세상을 향해 외치는 기관이라면, 코는 자신과의 리듬을 듣는 기관이다.


코로 달리면 몸의 리듬이 일정해지고,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균형이 유지된다. 들이킨 만큼만 내쉴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인생의 코는 ‘호흡’이다. 즉, 속도를 조절하며 자기 내면의 리듬을 유지하는 삶의 기술이다.

코로 달리는 사람은 세상을 이기려 하지 않는다. 대신 ‘끝까지 가는 법’을 안다. 입이 ‘질주’를 상징한다면, 코는 ‘지속’을 상징한다.


인생의 달리기에서 입과 코는 대립이 아니라 균형이다. 입이 없으면 추진력이 사라지고, 코가 없으면 지속이 무너진다. 때로는 입으로 질주해야 하고, 때로는 코로 숨을 고를 줄 알아야 한다.


입은 목표를 향한 ‘욕망의 불꽃’이고, 코는 그 불꽃이 꺼지지 않게 지켜주는 ‘호흡의 기술’이다. 인생은 결국, 입으로 시작해 코로 완주하는 긴 달리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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