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프라이팬

[ 언어와 나의 세계 ] 56

by 정원에

냄비는 기다림의 놀이다.

뚜껑을 덮고,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를 듣는 동안 시간과 함께 노는 법을 배운다.

금세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안에서는 서서히 맛이 스며들고 있다.


보이지 않지만 일어나고 있는 변화, 그건 인생이 우리 몰래 끓이고 있는 ‘내면의 요리’다. 냄비는 '조급하지 마, 놀이는 때로 천천히 무르익는 거야.'라고 말한다.



프라이팬은 순간의 놀이다.

한 번의 뒤집기, 찰나의 타이밍, 순간의 불조절이 결과를 갈라놓는다. 빠르고, 뜨겁고, 생생하다.


프라이팬은 '놀이는 지금이야, 눈 깜짝할 새 놓치면 타버려.'라고 속삭인다. 냄비가 깊이의 놀이라면, 프라이팬은 즉흥의 놀이다.


사진: Unsplash의Loes Klinker

인생은 사실, 그 둘을 오가며 익어가는 주방 같다.


어떤 날은 뚜껑을 덮고 마음을 끓이는 ‘냄비의 날’이 있고, 어떤 날은 바로 불 위로 던져 넣어야 하는 ‘프라이팬의 순간’이 온다.


우리는 그 주방에서, 재료를 엎지르고, 간을 실패하고, 불을 너무 세게 틀기도 하면서 조금씩 노는 법을 배운다.


결국 삶은 완벽한 요리가 아니라 끓였다가, 태웠다가, 뒤집으며 익.어.가.는 놀이판이다.


다만, 스스로 익어갈지 억지로 익혀질지를 순간순간 결정해야 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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