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더 넣는 마음; 하나 빼놓는 마음

[ 언어와 나의 세계 ] 97

by 정원에

사람과 사람 사이, 가장 어려운 것은 언제나 ‘정도(程度)’를 지키는 일이다. 그건 가족이어도, 40년 지기 친구여도 마찬가지다.


너무 차가우면 멀어지고, 너무 뜨거우면 데어버리니까. 이 애매한 거리를 가장 현명하게 조율하는 방법, 바로 숫자 ‘하나(1)’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하나 더 넣는 마음

누군가를 아끼는 마음이 커지면, 자꾸만 무언가를 더 안겨주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과해지면, 받는 이에게는 고마움이 아닌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두 개, 세 개, 열 개를 더 얹어주는 것은 위험하다. 그때부터 상대방은 그것을 사랑이 아닌 ‘갚아야 할 빚’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부담스러워서 피하고 싶고, 불편해서 뒷걸음질 치게 만드는!


그래서 고수는 ‘딱 하나’만 더 넣는다. 이 ‘하나’는 덤이지만 짐스럽지 않다. 마치 밥 위에 얹은 계란 프라이처럼, 받으면 기분 좋고 안 받아도 그만인 산뜻한 호의다.

“당신을 생각했어요”라는 메시지만 남기고, “나에게 고마워하세요”라는 압박은 남기지 않는 것.


빚이 되지 않는 산뜻한 다정함이다. 그것이 바로 관계를 망치지 않고 마음을 전하는 가장 지혜로운 ‘하나’다.


하나 빼놓는 마음

반대로, 보고 싶지만, 많이 보고 싶지만, 아니 지금 당장이라도 보고 싶지만 시간 될 때, 지나갈 때, 당신이 가장 편할 때 들려만 줘도 좋다는 마음이 ‘하나 빼놓는 마음’이다.


그 마음은 그리움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소중한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잘 보관해 두는 절제와 배려다. 상대를 위한 아름다운 핑계가 ‘하나’다.

“지금 당장 나와”라고 말하고 싶은 욕심을 하나 빼놓고, “시간 될 때, 네가 편한 날에, 그저 스치듯 한번 들러줘”라고 말하는 절제.

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두었다가, “네가 올 때까지 이 마음 잘 닦아놓고 기다릴게”라고 속삭이는 배려.


이것은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기 때문에 두는 ‘품격 있는 유보’다. 내가 비워둔 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상대가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도록, 나의 조급함을 ‘하나’ 덜어내는!


결국 관계의 고수가 되는 길은 이 ‘하나’를 다루는 솜씨에 달려 있다.


주머니에 사탕이 열 개 있어도, 상대가 부담 갖지 않게 딱 하나만 꺼내어 쥐여주는 절제.


당장 열 걸음을 달려가 안기고 싶어도, 상대가 놀라지 않게 한 걸음 앞에서 멈추어 기다려주는 배려.


‘적당함’이라는 가장 완벽한 사랑의 표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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