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메멘토 모리

[ 언어와 나의 세계 ] 100

by 정원에

‘메모리(Memory)’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두 단어가 가리키는 방향은 정반대다.

하나는 ‘채움’을 향해 있고, 다른 하나는 ‘비움’을 향해 있다.



메모리(Memory)

현대인에게 가장 익숙한 공포 중 하나는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는 알림일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사진을 찍고, 기록하고, 데이터를 ‘메모리’에 쌓아둔다. 이런 집착에 가까운 태도는 ‘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이 순간이 지나가 버리면 영영 사라질까 봐 눈앞의 풍경을 충.분.히 감상하는 대신, 얼른 카메라 렌즈를 갖다 댄다.


마치 언제 먹을지 모르는 식재료로 꽉 찬 냉장고와 같다. 너무 많이 채워두면 정작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재료가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하게 되는 일을 반복하면서도, ‘혹시’하는 마음에 멈추지 못한다.

문제는 그렇게 ‘기록’하느라 제대로 ‘경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는 데 있다. 꽉 찬 메모리의 역설은 기억(Memory)에 집착하는 삶은 과거지향적이라는 데 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라틴어로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다. 얼핏 들으면 허무하고 우울해 보이지만, 사실 이것은 삶을 가장 생동감 있게 만드는 강력한 필터로 작용한다.

여행을 떠났을 때를 생각해 본다.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그곳에 ‘영원히 머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돌아가야 할 날짜, 즉 끝이 정해져 있어, 잠자는 시간마저 줄이면서 매 순간을 진하게 들이마시려 한다. 다시 돌아 올 이유를 찾아 떠나는 게 여행이니까.


메멘토 모리를 기억하는 삶은 그래서 더욱 현재지향적이다. 내 삶에 ‘마감 시간’이 있음을 인정할 때, 비로소 불필요한 걱정, 미움, 욕심을 편집해 낼 용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은 한 편의 영화처럼 편집이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더욱 삶을 잘 기억한다는 것은,


무조건 많이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끝을 기억하며 중요한 것만 남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종착지’를 향해 계속 달려가면서

무엇을 ‘메모리’하고

무엇을 흘려보낼지 결정하는 기준,

그것이 바로 '메멘토 모리'다.


‘메멘토 모리’가

‘메모리’의 앞바퀴이기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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