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이야기

[ 언어와 나의 세계 ] 103

by 정원에

머나먼 우주에 떠 있는 별은

사실 수억 년 전부터 그 자리에서, 무심하게 빛나고 있는

거대한 가스 덩어리 거나, 스스로 타오르는 뜨거운 불덩이일 뿐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불덩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 별을 ‘이야기’로 바꾼다.

별은 변하지 않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나’는 매일 변하기 때문이다.



먼 옛날,

고대인들은 밤하늘의 별들을 이어 곰을 그리고, 영웅을 만들고 신화를 썼다. 반짝이는 점 하나하나가 이야기의 재료였다.


현대를 사는 우리도 다르지 않다.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각자의 점을 잇는다.


내일의 꿈을 잇고,

뼈아픈 후회를 긋고,

그리운 사람의 얼굴을 그리면서,


그렇게 별은 그때나, 지금이나

내 마음을 비추는 가장 작지만, 가장 선명한 거울이 된다.


사랑에 빠진 연인에게,

지친 퇴근길의 직장인에게,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에게,

혹은 길을 잃은 여행자에게….


내 안의 상황과 감정이 어둠의 까만 종이 위에

별을 펜 삼아 휘갈겨 쓴 일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주 잊고 산다.

대낮의 눈부신 태양 뒤에도 별은 여전히 떠 있다는 사실을.


인생도 이와 참 닮았다.


모든 일이

잘 풀리고,

건강하고,

화려한 조명 아래 서 있을 때는

정작 소중한 것들이나

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아니,

너무 밝아서,

아주 흥분되어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저 '별 볼 일 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곤 한다.


하지만 실패나 이별처럼 삶의 염증이 통증으로 번지는 시간이 찾아오면,

비로소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그 가스 덩어리에, 그 불덩이에 다시 기대려 한다.


그제야 늘 그 자리에 있던 별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어둠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어둠이 있어야만 비로소 빛나는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속삭이는 별의 이야기를!

그제야 다짐한다.

이 어둠이 지나 다시 태양이 떠올라 ‘나’를 비출 때에도,

지금 어둠 속에서 읽어낸 이 진심 어린 이야기를 잊지 말자고.


그런 다짐으로 마음속 오래된 일기장에 밑줄을 긋는다.



그렇게 별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한 권의 책이 되고,


밤하늘은 인류가 써 내려온,

그리고 앞으로 내 인생의 유일한 ‘나’란 작가가 써 내려갈

수많은 이야기로 가득 찬 거대한 도서관이 된다.


그런데!

그 도서관에서 마음껏 '이야기'를 빌려 읽은 적이 언제였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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