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마운드 위에서 나는 투수다.
마운드 위에서 내가 마주하는 것은 거대한 타자가 아니라, 내 안의 정적의 소음이다.
인생이라는 마운드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생의 어느 시점에서 철저히 혼자임을 깨닫는다.
그 고독한 공간에서 버티게 하는 힘은 화려한 기교가 아니라, 삶의 무게가 온전히 실린 ‘내 공(My Ball)’에 대한 확신, 즉 내공(內功)이다.
투수는 종종 실존적 공포에 직면한다.
타석에 선 세상이 압도적으로 거대해 보일 때, 혹은 내가 가진 유일한 무기인 ‘직구’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 투수는 비본래적인 유혹에 흔들린다.
“내 삶은 너무 투박해.
세상이 열광하는 저 화려한 변화구를
흉내 내야 하지 않을까?”
남들의 시선에 맞춘 삶을 살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손에 익지 않은 남의 공을 던지는 투수의 손끝에는 힘이 실릴 리 없다.
확신 없이 떠난 공은 궤적을 잃고 표류하다가, 세상이라는 타자에게 비참하게 짓눌린다. 혹시나 그 결과가 승리라고 해도 공허할 뿐이다.
진정한 내공(內功)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불필요한 가면을 벗어던지는 용기에서 나온다.
투수에게 코나투스(conatus)는 곧 자신의 직구를 믿는 마음이다. 포수의 사인이나 관중의 야유는 외부의 방해음일 뿐이다.
내 삶의 맥락에서 길어 올린 ‘나만의 구질’을 정직하게 관통시키는 것, 그것이 마운드 위에 선 ‘나’의 의무다. 최고의 공은 ‘안타를 맞지 않는 공’이 아니라 ‘나의 전부를 실어 후회 없이 뿌린 공’이다.
자기 확신으로 던진 공은 끝이 살아있다. 설령 그 공이 담장을 넘어가 홈런이 될지라도 ‘나’는 무너지지 않는다.
그것은 ‘나의 진실-정말 잘 던졌다’과 ‘상대의 진실-정말 잘 쳤다’이 부딪혀 만들어낸 정직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노련한 타자다. 타인의 삶을 연기하며 던지는 ‘흉내낸 공’은 기가 막히게 골라내 응징한다. 그러나 자기 존재를 관통하며 꽂히는 묵직한 직구 앞에서는 세상도 경외심을 느낀다.
오늘도 삶의 마운드 위에서 ‘나’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다.
하지만 잊지 않는다. 눈치 보며 던지는 비겁한 변화구보다, '나'의 생을 증명하는 정직한 직구 하나가 ‘나’를 진정한 삶의 주인으로 기록한다는 사실을!
그러니 새해에는 더욱,
눈치 보며 던지는 변화구가 아니라, ‘나’만의 묵직한 직구를 던지는 연습을 생략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
_내 마음의 한 문장
“세상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남의 폼을 흉내 낸 현란한 변화구가 아니라, 떨리는 손끝으로도 기어이 던져낸 ‘자기 확신’이라는 이름의 묵직한 돌직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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