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 표식

[ 언어와 나의 세계 ] 111

by 정원에

빵만 있어도 배는 부르다.

하지만 그 위에 생크림을 바르고 빨간 딸기를 올리는 수고로움을 더할 때, 그것은 단순한 식량이 아니라 ‘축하’와 ‘기쁨’이 된다.


그렇게 시간과 노력, 정성과 사랑의 결과물은 장식(Decoration)으로 더 빛난다. 하지만 장식은 효율성, 가성비의 관점에서는 불필요한 낭비일지 모른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기꺼이 하는 마음”이 내 삶을 존중하고 사랑하게 만든다.



밋밋한 가방에 달아둔 귀여운 키링,

퇴근길에 나를 위해 사는 꽃 한 송이,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예쁜 머그잔을 꺼내는 마음.



그래서 장식은 허영이 아니다. 그것은 내 삶에 보내는 예의이자, 팍팍한 현실 위에 덧입히고 싶은 나만의 취향과 가치이다. 장식이 사라진 삶은 튼튼하지만 삭막한 감옥과 같다.



삶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긴 문장이라면,

‘표식(sign)’은 그 문장이 엉키지 않게 도와주는 나침반이자 신호등이다.

저마다의 문장부호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해석한다.

도로 위에 표지판이 없으면 길을 잃듯, 인생에도 적절한 때에 적절한 부호를 찍어주어야 한다. 끄래서 표식은 멈추고, 묻고, 감탄하는 기술이다.



가장 필요한 쉼표,

삶이 막막할 때 찍는 물음표,

하나의 챕터를 잘 마무리할 수 있는 마침표,

일상의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순간의 느낌표,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별표.


삶은 ‘장식’을 통해 아름다워지고, ‘표식’을 통해 깊어진다.


장식이 없는 삶은, 기능만 남은 텅 빈 창고와 같다. 표식이 없는 삶은,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지루한 글과 같다.


연말 연시.

더욱 더 반짝이는 트리에, 조명에, 차 한모금에 감동한다면,


새해에는 ‘나’의 오늘 하루가 삭막한 ‘생존’이 아니라, 아름다운 장식과 문장부호로 빛나는 ‘작품’이 되기를 기도하기 때문이다. ❤️



_내 마음의 한 문장

“효율이라는 이름의 밋밋한 빵 위에 ‘낭만’이라는 장식을 얹고, 쉼 없이 이어지는 문장 속에 ‘성찰’이라는 표식을 마음껏 할 때, 삶은 비로소 견뎌야 할 ‘생존’이 아니라 감상해야 할 ‘작품’이 된다.”



https://blog.naver.com/ji_dam_


라이팅 레시피12.png


작가의 이전글삶의 항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