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경; 역경

[ 언어와 나의 세계 ] 115

by 정원에

배가 바다를 항해할 때, 바다는 배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파도는 그저 물리적인 힘으로 밀려오고, 바람은 기압의 차이에 따라 불어올 뿐이다.


자연은 그 어떤 의도도, 악의도, 호의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그곳에 ‘현상으로 존재한다.


흔히 일이 뜻대로 술술 풀릴 때를 순경(順境)이라 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역경(逆境)이라 부른다.


하지만 이 두 단어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바람의 세기나 파도의 높이가 아니다. 그것은 배의 키를 잡고 있는 선장이 지금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 그 ‘방향’에 달려 있다.

동쪽으로 가려는 배에게 동풍은 나아가지 못하게 막는 매서운 역경이 되지만, 서쪽으로 향하는 배에게 똑같은 동풍은 등을 밀어주는 고마운 순경이 된다.


즉, 상황 그 자체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투명한 진공 상태이며, 그것이 ‘순’한 것이 될지 ‘역’한것이 될지를 결정하는 권한은 오직 삶의 방향을 설정한 주체에게 있다.

순경은 편안함을 주지만, 때로는 그 안락함 속에 나태라는 암초를 숨기고 있어 성장을 멈추게 한다.


반면 역경은 거칠고 고통스럽지만, 비행기가 맞바람을 이용해 양력을 얻어 하늘로 솟구치듯 삶을 더 높은 차원으로 비상하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그러므로 삶에 찾아오는 모든 순간은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원석과 같다. 고난처럼 보이는 시간을 ‘단련의 시간’으로 명명하면 그것은 성장의 순경이 되고, 평온한 시간을 ‘권태의 시간’으로 방치하면 그것은 영혼의 역경이 된다.


중요한 것은 닥쳐온 상황이 꽃길이냐 가시밭길이냐가 아니라, 그 길 위에서 “이 상황을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를 결정하는 해석의 주권이다.


삶은 매 순간 나 스스로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는가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그리고 그 가치는 벌어진 일의 내용이 아니라, 그 일에 부여한 의미의 깊이에 따라 매겨진다.


결국, 순경은 돛을 펼치기에 좋은 때이고, 역경은 키를 고쳐 쥐기에 좋은 때이다.


삶이라는 바다에서 풍랑의 이름을 짓는 것은 날씨가 아니라,

그 바람을 이용하여 어디로 갈지 결정한 항해자의 의지일테니까! ❤️



_내 마음의 한 문장

“불어오는 바람의 이름은 날씨가 아니라 내가 향하는 곳이 결정하며, 거센 맞바람조차 비행기의 양력처럼 삶을 더 높이 띄워 올리는 비상의 기회가 된다.”



https://blog.naver.com/ji_da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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