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 불꽃

[ 내마음 사전 ] 127

by 정원에

마음속에 성냥갑 하나쯤은 품고 산다.


‘언젠가 글을 써야지’,

‘언젠가 사과해야지’,

‘언젠가 떠나야지’ ...


붉은 머리의 가능성들을 빼곡히 채워만 둔 채 말이다.

그 성냥갑을 만지작거리며 묘한 안도감을 느낀다.


언제든 불을 지필 도구가 있다는 사실, 마음만 먹으면 세상을 환하게 밝힐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이, 역설적이게도 가장 게으르게 만든다.


“아직 안 해서 그렇지, 하면 금방 해.”

라는 말은 능력을 과시하는 말이 아니라, 실은 실패가 두려워 시작조차 하지 않겠다는 가장 비겁한 핑계일지도 모른다.


성냥으로 불꽃을 일으킨다는 건, 단순히 불을 얻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가능성의 세계’를 파괴하고 ‘현실의 세계’로 건너가는 결단이다.


성냥을 긋는 순간을 떠올려 본다. 손에 힘을 빼고 어설프게 그으면 성냥 머리는 부서지거나, 픽 하는 소리와 함께 허무하게 꺼져버린다.

불꽃을 보려면 손끝에 단호한 힘을 실어, 거친 마찰면을 향해 망설임 없이 내달려야 한다. 그 찰나의 ‘단호함’만이 잠들어 있던 인(燐)을 깨울 수 있다.


오늘도 성냥을 쥔 채 하루를 보냈다. 아까워서, 혹은 실패할까 봐, 아니면 그저 귀찮아서.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성냥도 긋지 않으면 그저 작은 나무 막대기일 뿐이라는 것을.


진정한 삶의 불꽃은 ‘할 수 있다’는 생각 속에 있지 않다.


떨리는 손일지라도 기어이 성냥을 긋고, 매캐한 연기를 들이마시며, 뜨거움에 놀라 움찔하는 그 구체적인 ‘행동’ 속에만 존재한다.


주머니속의 성냥은 영원히 불타오르지 못한다. ❤️



_내 마음의 한 문장

“가능성은 불꽃이 아니다. '언젠가'라는 핑계로 아껴 둔 성냥은, 결국 습기를 머금고 영영 켜지지 않는 무용지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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