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 건네는 작별 인사

[ 내마음 사전 ] 133

by 정원에


조용한 방, 홀로 남겨진 새벽에 내면을 들여다보면 아주 오래 전 죽었다는 신(神)은 죽기는커녕 더 교묘하고 더 다양한 가면을 쓰고 부활해 있음을 깨닫습니다.


과거의 신이 구름 위에서 인간을 굽어살폈다면, 내 안의 수많은 신은 손바닥 위 스마트폰 화면 속에, 아침마다 마주하는 화장대 거울 속에,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동자 속에 숨어 있습니다.

그 신들의 이름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아이에게 한 번도 화내지 않고 모든 잠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완벽한 부모’라는 신. 잠시의 쉼도 허락하지 않고 끊임없이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뒤처지지 않는 커리어’라는 신.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고 군살 하나 없어야 한다는 ‘언제나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이라는 신.


신들에 둘러싸여 돌아 친 하루를 마친, 매일 밤. 이 무자비한 신들이 세워둔 제단 위에 스스로를 제물로 바칩니다. SNS 속 타인의 화려한 삶은 그 신이 보여주는 기적이 되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나의 오늘은 씻을 수 없는 죄가 됩니다.


“너는 왜 저들처럼 하지 못하니?”,

“조금 더 노력했어야지.”


신은 끊임없이 속삭입니다. 그 목소리에 복종하려 오늘 하루도 나를 깎고 다듬었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같이 일어나고, 밥을 먹으면서도 일 생각을 놓지 못하며, 아이의 작은 짜증에도 내가 부족한 탓이라며 가슴을 쳤습니다. 그것은 성실함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채찍을 든 신을 향한 두려움 섞인 숭배였습니다.


문득, 거울을 봅니다. 그 속에 비친 것은 신을 모시는 사제가 아니라, 그저 지치고 불안한 한 사람일 뿐입니다. 이제는 깨달아야 할 때입니다. 나를 심판하는 그 가혹한 신은, 사실 내가 만들어낸 허상임을요. 완벽이라는 기준은 애초에 인간의 것이 아님을요.


내가 만든 제단에서 이제 그만 내려오려 합니다. 신이 되려 하지 않고, 그저 ‘사람’이 되기로 합니다. 가끔은 아이에게 화를 내고 후회하기도 하는 사람, 때로는 일보다 늦잠이 더 간절한 사람, 나이 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


그렇게 나의 부족함을 ‘죄’가 아닌 ‘흔적’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가혹했던 신은 사라지고 거울 속에는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는 내가 서 있을 것입니다. ❤️



_내 마음의 한 문장

“자신을 숭배의 대상으로 삼아 완벽을 요구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심판받아야 할 신의 제물이 아니라, 위로받고 사랑받아야 할 지극히 인간적인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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