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영혼을 벌크업시키는 쇳덩이
[ 아빠의 유산 ] 60
아이야.
너희가 어릴 땐 아빠가 세상의 모든 정답을 알고 있는 줄 알았다 그랬지?
하지만 이제 너희도 알 거야. 아빠도 이 생이 처음이고, 여전히 매일매일이 낯설고 서툰 연습생이라는 걸 말이야.
다만 오늘은 너희보다 조금 먼저 이 트랙을 돌아본 선배로서, 내가 읽은 책들과 몸으로 부딪히며 깨달은 ‘인생 스포일러’를 하나 해줄까 한다.
요즘 아빠는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한다. 좋은 책이란 건 단순히 지식을 채우는 게 아니라, 내가 쓰고 있는 안경의 도수를 바꿔주는 것 같다고. 흐릿하던 세상이 선명해지고, 보이지 않던 먼지가 보이는 그런 경험 말이다.
그런데 그 선명해진 시야로 내 삶을, 그리고 너희의 삶을 들여다보니 참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단다. 우리는 늘 평안을 기도하지.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건 헬스장에 가서 “관장님, 이 덤벨이랑 바벨이 너무 무거워서 힘드니까 싹 다 치워주세요. 전 그냥 빈손으로 허공이나 휘적거리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더라.
생각해 봐라. 헬스장에서 빈손으로 팔만 흔들고 오는 사람에게 근육이 붙을까? 절대 아니지. 너희가 더 잘 알겠지만, 근육이라는 놈은 참 정직해서, 저항(무게)을 견디고, 미세하게 찢어지는 고통을 겪어야만 그 틈을 메우며 더 크고 단단하게 성장한단다.
그러니, 삶에 찾아온 곤경이나 시련을 우리를 괴롭히러 온 악마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우리의 영혼을 벌크업 시켜주러 온 아주 무거운 덤벨이니까!
당장은 숨이 턱턱 막히고, 이걸 들어 올리다가 깔릴 것 같아서 무섭기도 하겠지. 그래서 요리조리 피하고 싶을 거야. 하지만 그 무게를 피해서 도망치면, 너희의 마음 근육은 평생 멸치... 아니, 영원히 비대해질 수 없지.
내가 겪어보니 그렇더라. 힘들었던 순간들이 당시에는 지옥 같았는데, 지나고 나니 그 무게를 견딘 만큼 내 그릇이 넓어졌어. 예전엔 작은 돌부리에도 넘어졌던 내가, 이제는 꽤 큰 바위도 “어이쿠, 운동 기구 하나 들어왔네?” 하며 넘기고 있더라.
그러니 아들, 딸아.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고 투정 부리지 마라. 그건 트레이너(신 혹은 운명)가 너희를 과대평가해서 “이야, 얘네는 이 정도 무게는 칠 수 있겠는데?” 하고 원판 하나 더 끼워준 거니까.
너무 무거우면 잠시 내려놓고 숨을 골라도 된다. 하지만 절대 그 덤벨을 헬스장 밖으로 갖다 버리지는 마라. 그 무게가 너희를, 세상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어른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아빠가 남겨줄 유산은 마음의 근력이다. 부디 너희의 영혼이 ‘근수저’가 되길 바라며. 너희의 영원한 스포터(Spotter), 아빠가.
p.s
이 ‘인생 헬스장’은 환불 불가, 회원권 양도 불가다. 억울하면 벌크업해서 본전 뽑는 수밖에 없다. 오늘 네 머리를 가장 지끈거리게 하는 고민거리 하나를 10kg로 계산해서 그만큼 더 바벨을 덜어 내 봐라. 마음 편하게, 그렇게 달랑 달랑 들어 올려 봐라. 들어 올리는 횟수를 들리면 그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