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임 뒤에 숨겨진 굳은살
[ 사유가 머문 자리 ] 7
○•_재능을 키우는 재능
천재들의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전구를 동경, 아니 질투하기에 바빴다. 그러면서도 그 전구의 필라멘트가 빛을 내기 위해 얼마나 뜨거운 열을 견디고 있는지는 보지 못했다.
“재는 천재니까 가능한 거고, 나는 범인(凡人)이니까 못 하는 거야.”
‘나’보다 잘나야만 하는 천재는 그렇게 존재해야만 했다. 그래야 타고 났다고 그를 추켜세우면서 별다른 재능이 없는 나의 평범함을 합리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홉의 뮤즈(Muse)들은 짓궂게도 돌아가면서 내 머릿속의 초인종을 마구 눌러 ‘아이디어’라는 이름의 엄청난 빨랫감을 던져놓고 늘 도망가 버린다. 결국, 이제 와서야 도망간 신을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고무장갑을 끼고 그 빨래를 비벼 빨기 시작한다.
물론, 야속하게도 몸은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을 충실히 따른다. 침대와 소파가 당기는 중력을 거스르고 책상 앞으로 몸을 옮기는 것, 그것은 실로 우주 비행사가 대기권을 뚫는 것만큼이나 거대한 에너지를 요구한다!
출근 전 새벽 독서 2년, 새벽 운동 1년이 넘어서면서 깨닫는다. 재능은 신비로운 선물이 아니라, 지루함을 견디는 근력이라는 사실을. 분명, 그 근력은 덤덤한 반복으로만 키워진다는 사실을.
그랬다. 살다 보니 재능은 잘 편집된 방송용 화면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루하고 긴 원본 필름이었다. 불과 한두시간 짜리의 잘 조작된 것 이면에 숨겨진 수많은 날들의 폐기된 초안, 잘려 나간 원본, 밋밋하기만 하지 않은 찰나가 담긴 메이킹 필름 그 자체다.
‘나’는 이미 태어날 때 신으로부터 최고급 시설의 ‘헬스장 평생 무료 회원권’을 받았지만 회원권이 있다고 해서 저절로 몸짱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 간다.
재능은 ‘원석’이 아니라 ‘헬스장 회원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