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이, 고목의 품격

[ 사유가 머문 자리 ] 12

by 정원에


○•_각목의 규격을 거절하는 비결

기계에 밀어 넣어 매끈하게 깎는다. 규격에 맞아야 한다. 흠집은 불량이다. 잘 부러지지 않는 강도가 생명이다. 언제나 일정한 상태를 유지해야 상품 가치가 매겨진다. 그렇게 세상은 인간을 제재소의 각목으로 만들려 한다.


사회라는 거대한 창고에 쌓이기 위해, 인간은 스스로의 모서리를 갈아낸다. 직선의 평온함에 안주하며 자신의 고유함을 깎아낸다.


하지만 인간의 실체는 깊은 숲의 고목이다. 고목은 매끈하지 않다. 비바람에 휘어진 허리가 훈장이다. 세월에 패인 흉터가 지문이다. 때로는 스스로 가지를 부러뜨려 무게를 견딘다. 고목은 결코 상품이 될 수 없다. 규격 밖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대신 고목은 풍경이 된다. 누군가의 그늘이 되고, 새들의 집이 된다. 상품은 팔려 나가면 끝이지만, 풍경은 그 자리에 머물며 영원을 증명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인생의 옹이는 상처의 흔적이 아니다. 그것은 성장이 멈추지 않았다는 치열한 증거다.


옹이 없는 나무는 가구로 쓰기에 편할지 모른다. 그러나 비바람을 견디는 힘은 옹이에서 나온다. 옹이는 나무가 가장 아팠던 지점을 가장 단단하게 뭉쳐놓은 사랑의 결절이다. 흠집 하나 없는 각목이 되려 애쓰는 삶은 고단하다. 각목은 부러지면 땔감이 되지만, 고목은 부러진 채로 다시 싹을 틔운다.


인간의 품격은 결핍의 해석에서 결정된다. 완벽을 연기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무의미하다. 가끔은 나사가 풀린 듯 굴어도 좋다. 제재소의 칼날 앞에서 겁먹을 필요 없다. 우리는 잘 팔리기 위해 태어난 물건이 아니라, 깊어지기 위해 뿌리 내린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미완성의 걸작이다. 매끄러운 피부보다 깊은 주름이 더 많은 이야기를 품는다. 유행을 타는 상품은 금방 폐기되지만, 자기만의 옹이를 지킨 고목은 고전이 된다. 전통이 되고, 문화가 된다.


규격화된 성공이라는 좁은 틀에 몸을 구겨 넣는 대신 자신의 뒤틀림을 리듬으로 바꾼다. 그것이 고귀한 고목이 숲을 지키는 방식이다. 인간의 품격은 매끄러운 표면이 아니라, 아픔을 견디며 스스로 조각한 옹이의 깊이에서 완성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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