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는 이탈해도, 당신의 마음은 도착한다

[ 내마음 사전 ] 139

by 정원에

운전대를 잡고 도로를 달리다 문득 낯선 길로 접어들 때가 있습니다. 꼭 그런 날이 아니더라도, 내비게이션은 가끔 화면 속 화살표가 잠시 허공을 맴돌다 이내 <경로를 재탐색합니다>라는 건조한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기계조차 <틀렸어>고 비난하지 않고 묵묵히 새로운 길을 찾아주는데, 정작 그 운전대를 잡고 있는 우리는 스스로에게 얼마나 가혹한지 모릅니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예상치 못한 변수도 허락하지 않으려는 마음. 꼭 정해진 최단 거리로만 가야 한다는 그 뻣뻣한 강박이 실은 우리를 목적지가 아닌 불안의 늪으로 몰고 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우리의 마음도 어쩌면 매일 아침 열어보는 메일함과 비슷합니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쏟아지는 세상의 소음들. 누군가의 날 선 말, 뉴스가 쏟아내는 분노, 비교와 질투를 부추기는 타인의 시선들. 이것들은 사실 내 영혼의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스팸 메일’일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그 스팸 메일 하나하나를 클릭하고, 심각하게 읽어내리고, 지우지 못한 채 마음에 차곡차곡 쌓아둡니다. 심지어는 그 가치 없는 소음에 정성껏 답장까지 쓰느라 밤잠을 설치기도 하지요. 그냥 삭제 버튼을 누르거나 휴지통으로 직행시켜도 내 삶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말입니다.


내비게이션이 길을 다시 찾는 순간을 상상해 봅니다.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밭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이 길이어야만 하고, 꼭 모든 소리에 반응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를 숨 막히게 했던 건 길이 막혔기 때문이 아니라, ‘이 길밖에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을 겁니다. 조금 돌아가도 괜찮습니다. 그 굽이진 길에서 우리는 뜻밖의 꽃을 만나고, 더 깊은 숨을 내쉴 수 있으니까요. 상사의 기분 나쁜 한마디가 내 하루를 망치려 할 때, 세상이 정해놓은 속도가 나를 조급하게 할 때, 마음속으로 조용히 주문을 걸어보았으면 해요.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식으로 될 수도 있어!>


이 유연한 문장 하나가, 딱딱하게 굳어버린 마음에 틈을 만들어 숨 쉴 공간을 내어줍니다. 우리는 길을 잃은 게 아니라, 잠시 더 넓은 세상을 탐색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과감히 마음의 휴지통에 버리고, 오직 나를 살게 하는 다정한 진심만을 ‘받은 메일함’에 별표 쳐서 간직하는 하루. 그렇게 비워진 공간에는 불안 대신, ‘어떻게든 된다’는 따스한 여유가 채워질 것입니다. ❤️



_내 마음의 한 문장

“삶이 경로를 이탈했다고 말할 때, 그것은 틀린 길이 아니라 당신만을 위해 준비된 새로운 풍경으로의 초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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