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션, 이야기속으로 ] 5
대로변 사거리의 횡단보도는 거대한 심장 박동기 같다. 신호등의 숫자가 줄어들 때마다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숨을 고르고, 초록 불이 켜지는 순간 동맥 속의 피처럼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 찰나의 순간, 유독 눈에 띄는 두 사람이 있다.
서로의 손을 잡고 있지만, 결코 같은 속도로 걷지 않는 중년의 부부다. 남자의 걸음은 성큼성큼 앞서나가고, 여자의 팔은 뒤로 길게 늘어나 있다.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늘어진 고무줄 같다.
남자는 지금 이 교차로를 ‘돌파해야 할 장애물’로 여긴다. 그의 시선은 건너편 빌딩 숲 어딘가에 고정되어 있다. 뒤에 매달린 아내는 그에게 삶의 무게이자, 동시에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확인시켜 주는 이정표다. <빨리 좀 와>라는 말 대신 그는 움켜쥔 손에 힘을 준다.
여자는 남자의 뒤통수를 보며 걷는다. 그녀에게 이 길은 함께 가는 과정이지만, 남자에겐 도착해야 할 목적지일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늘어난 고무줄이 언제 끊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보다는, <이 고무줄이 끊어지면 나는 튕겨 나갈까, 아니면 제자리에 주저앉을까>를 고민하는 무거운 정적이 그녀의 발걸음에 고여 있다.
남자가 횡단보도의 중간 지점을 통과할 때, 여자의 신발 끈이 풀린다. 여자는 움찔하며 멈추려 하지만, 남자의 관성은 무자비하다. 여자의 손목이 꺾이는 각도에서 두 사람의 지난 세월이 보인다.
남자는 여자가 멈춘 이유를 묻지 않고 그저 줄을 당기듯 그녀를 끈다. 여자는 풀린 신발 끈을 밟으며 비틀거린다. 여기서 깨닫는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많은 일들이 사실은 상대방의 신발 끈이 풀린 줄도 모르는 맹목적인 질주일 수 있다는 것을!
그때, 맞은편에서 오던 꼬마 아이가 풍선을 놓친다. 빨간 풍선이 두 사람 사이의 팽팽한 고무줄 같은 팔 위로 두둥실 떠오른다. 순간, 남자가 멈춰 선다. 하늘을 보는 남자의 시선을 따라 여자도 고개를 든다.
팽팽했던 고무줄이 느슨해지는 0.2초의 순간. 남자는 그제야 아내의 붉어진 손목과 풀린 신발 끈을 발견한다. 남자는 짐짓 멋쩍은 듯 <거 봐, 천천히 좀 다니지>라며 엉뚱한 타박을 던진다.
먼저 앞서간 사람이 뒤처진 사람에게 ‘천천히’를 권하는 이 모순적인 광경이야말로 인간관계의 가장 흔한 풍경화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