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션, 이야기속으로 ] 6
집 앞 미용실 입구. 파마약 냄새와 달콤한 밀가루 반죽 타는 냄새가 묘하게 섞이는 경계선에 그녀의 ‘철판’이 있다.
중년의 여사장은 낡은 목장갑 위로 비닐장갑을 덧낀 채, 마치 외과 의사가 수술 집도를 하듯 붕어빵틀 앞에 서 있다.
1. 끝까지 바삭해야 한다
그녀에게 붕어빵의 눅눅함은 곧 타협의 증거다. 젊은 시절, 남편의 사업 실패, 예고 없이 찾아온 결핍 앞에서 그녀가 가장 경계했던 것은 삶이 눅눅해지는 것이었다. 눈물에 젖어 흐물거리는 마음을 세우기 위해 그녀는 남들보다 더 뜨거운 불 앞에 자신을 세웠을 것이다.
식어버린 뒤에도 꼿꼿함을 유지하는 붕어빵의 껍질은,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견디며 굳어진 그녀의 굳은살을 닮았다. <인생도 붕어빵도, 식었다고 축 처지면 볼품없는 법이야.> 그녀의 갈코리에는 어떠한 슬픔 앞에서도 등을 꼿꼿이 펴고 살겠다는 중년의 기개가 담겨 힘있게 움직인다.
2. 깊숙이 채워져야 한다
그녀는 팥 앙금을 넣을 때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주둥이부터 꼬리 끝까지 팥이 꽉 차야 한다는 고집은, 사실 ‘빈 곳’이 주는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늘 비어버리던 통장 잔고, 속을 채울 길이 없어 물로 배를 채우던 어느 오후의 허기를 그녀는 기억한다. 그래서 그녀는 붕어빵의 배를 불릴 때 자신의 빈 가슴을 함께 채운다. 꼬리 끝에 닿는 팥 한 점은 <너는 나처럼 속 빈 채로 살지 마라>는 무언의 축복이자, 세상의 모든 ‘빈자리’에 보내는 그녀만의 다정한 연대다.
3. 날개를 살려내야 한다
붕어빵 틀 밖으로 삐져나온 반죽 부스러기, 그녀는 그것을 ‘붕어의 날개’라 부른다. 고향인 물속을 떠나 하늘에 떨구어지더라도 자기 날개짓으로 살아나가야 한다는 희망을 담고 있다. 사실 붕어빵에서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건 그 얇고 바삭한 가장자리다.
주류가 되지 못하고 겉돌던 자신의 세월, 중심에서 밀려난 것 같던 조연의 삶도 사실은 누군가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안다. 그래서 그녀는 가위로 ‘날개’를 다듬지 않는다.
오히려 반죽을 넉넉히 둘러 날개를 더 크게 키운다.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이 모여 본체를 더 빛나게 한다는 것, 정작 맛있는 건 그 잉여로운 끄트머리에 있다는 것을 그녀는 이백 번이 넘는 계절을 지나며 깨달은 것이다.
<사람이나 붕어빵이나, 틀 밖으로 좀 삐져나와야 맛이 나는 법이지. 그게 날개가 되어줄 줄 누가 알았겠어?> 그녀가 건네는 종이봉투는 늘 하나 더 슬쩍 넣어져 묵직하다. 좀 타서, 좀 식어서, 좀 기다려줘서, 좀 그냥. 그렇게 그녀의 붕어빵 봉투 안에는 밀가루 반죽이 아니라, 뜨거운 불을 견뎌내고 날개를 단 한 여자의 단단한 생애가 들어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