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갈매기의 섬세한 활공

[ 픽션, 이야기속으로 ] 4

by 정원에

진료의자에 누워 눈을 감으려던 찰나, 시야를 가로지르는 것은 거대한 두 마리의 검은 갈매기다.


중년의 원장 눈썹은 단순히 화장의 영역을 넘어선, 어떤 결연한 의지의 표명처럼 보인다. 다른 치과와 달리 구멍 뚫린 초록색 천을 얼굴에 덮지 않는 게 어쩌면 검은 갈매기의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마라는 좁은 해안선 위에 짙은 묵선으로 그어진 그 곡선은, 마치 금방이라도 날개짓을 하며 미지의 심해(深海) — 석션소리에 더 일렁이는 나의 입속으로 뛰어들 준비를 마친 포식자의 형상이다.


원장의 친절함은 얇고 투명한 유리잔 같다. 그녀는 나의 턱을 매만지는 손길 하나에도 세상의 모든 상처를 다루는 듯한 섬세한 결벽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 부드러운 목소리 위로 군림하는 검은 눈썹은, 그녀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엄격한 질서의 테두리다.


그녀는 나의 고통에 공감하면서도 결코 선을 넘지 않는다. 모든 선택은 나의 몫이라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검고 굵은 눈썹은 타인의 비명이나 공포가 자신의 내면으로 침범하지 못하게 막아세운 방파제와 같다.


눈썹 아래까지 과도하게 칠해진 아이라인의 두께는 그녀가 숨기고 싶은 ‘여린 자아’의 두께와 비례하는 것 같다. 드릴이 치아를 갉아내는 날카로운 소음 속에서도 그녀의 눈썹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그것은 환자의 고통을 직면하지 않으려는 일종의 가면같다.


그녀의 시선이 마스크 위로 가늘어질 때, 검은 눈썹은 더욱 낮게 깔리며 나의 구강 내부를 압도한다.「조금 시릴 거예요, 통증이 있으면 손을 드세요.」이 다정한 선고는 눈썹이 만드는 짙은 그늘 덕분에 기묘한 신뢰로 다가온다.


뜨거운 통증을 피해 그 그늘아래에서 곤히 잠들것만 같다.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은 나의 공포와 공명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을 기하려는 장인의 강박적 고독에 가깝다.


과도하게 검은 그 눈썹은,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스스로를 ‘완벽한 치유자’로 규정하며 덧칠했을 고독한 의식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거대한 눈썹 아래서 비로소 안전하게 해체되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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