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년생의 낯선 단단함

[ 픽션, 이야기속으로 ] 12

by 정원에

창밖에는 늦겨울의 서늘한 공기가 학교 운동장을 훑고 지나갔지만, 00고등학교 면접실 안은 오래된 라디에이터의 소음과 긴장감이 뒤섞여 눅눅했습니다. 면접 위원 연수는 앞에 놓인 서류 뭉치를 뒤적였습니다. 75년생의 노련함, 87년생의 절실함, 93년생의 패기 사이에서 ‘02년생 나율희’라는 이름은 마치 빽빽한 한자 신문 속에 툭 떨어진 이모티콘처럼 이질적이었죠. 50대 수학 교사인 면접 위원장의 시선은 율희의 텅 빈 경력란에 머물렀습니다. 그의 눈빛은 ‘경험 없는 열정은 금방 식어버릴 휘발유’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율희가 입을 열 때마다 위원장의 돋보기 너머 눈동자는 잘게 흔들렸습니다. 반면, 율희의 시선은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눈은 면접관들의 넥타이 너머, 그들이 한때 가졌을 ‘처음’의 기억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40대 지리 교사인 연수. 그녀는 율희의 목소리에서 지도에 없는 길을 찾아 나서는 여행자의 떨림을 읽었습니다. <경력이 없으신데, 교실의 야생성을 어떻게 견딜 수 있으실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연수는 스스로가 교단에서 잃어버린 나침반을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찾고 있었습니다. 율희는 그녀의 스피치는 대전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며 수백 번 되뇌었을 문장들이 아니었습니다. 대학생 멘토링 시절, 한 아이의 굽은 등을 펴주기 위해 쏟았던 시간들이 문장이 되어 흘러나왔습니다. 그녀에게 경력은 종이 위의 숫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에 개입했던 온기였습니다.

면접실의 공기는 50대 셋, 40대 둘이라는 견고한 방파제 같았습니다. 그들은 세월이라는 이끼가 낀 바위들이었고, 율희는 그 바위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맑은 밀물’이었습니다. 연수는 깨달았습니다. 저 23살의 지원자는 단순히 직장을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이 낡은 학교라는 생태계에 ‘새로운 계절’을 가져오려 한다는 것을요. 율희의 단단한 시선 처리는 오만함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아직 세상의 풍파에 깎이지 않아 모서리가 살아있는, 그래서 더 빛나는 원석의 정직함이었습니다. 수업 시연 중 그녀가 분필을 쥐었을 때, 손가락 끝의 미세한 떨림은 두려움이 아니라 엔진의 진동에 가까웠습니다.


<아이들에게 저는 ‘먼저 산 사람’이 아니라, ‘함께 길을 잃어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 한 마디가 면접실의 묵은 먼지를 일순간 걷어냈습니다. 윤리 교사는 헛기침을 하며 창밖을 보았고, 수학 교사는 볼펜을 굴리는 것을 멈췄습니다. 정답만을 요구하던 공간에 태도라는 정답 이상의 가치가 들어찬 순간이었습니다. 결과는?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깬 만장일치였습니다. 화려한 경력자들이 내놓은 매뉴얼보다, 율희가 보여준 진심의 주파수가 면접관들의 녹슨 안테나에 더 강렬하게 잡혔기 때문입니다. 삶의 지혜란 때로 많이 쌓는 것이 아니라, 가장 본질적인 것 하나를 위해 나머지를 비워내는 용기에서 온다는 것을, 23살의 나율희는 다섯 명의 베테랑들에게 몸소 증명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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