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詩作) ] 1
철컥,
세상이 수직의 발걸음을 멈추었다
중력이 가장 정직해지는 시간
무채색 층계참에
어울리지 않는 휴양지가 들어섰다
비치 파라솔 아래가 더 어울릴 의자들이
아파트라는 거대한 절벽을 오르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
품을 벌리며 묻는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리느라, 발바닥이 참 뜨거웠지?“
한 층은 참회
두 층은 그리움
세 층마다 놓인 저 의자는
사실 가구(家具)가 아니라 문장부호
헐떡이는 생의 문장 사이에 찍어둔
잠시 쉬어가라는 쉼표 하나
이제는 뜨거운 가슴을 기억할 차례
계단은 이제 한 달 사흘,
기계의 속도를 잊고 사람의 보폭으로
서로의 숨소리를 배웅하는 산책길
한 층마다 한 뼘씩
잊고 살았던 내 숨소리가 마중을 나오고
벽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심장 소리는
아직 살아있다는, 서로 살아간다는 둔탁한 안부 인사
좁고 어두운 이 통로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세상의 입구에 닿는다는
서늘하고도 뜨거운 존재의 지름길
그 찬란한 고독의 길에
내 몸의 보폭으로 우주를 건너는 길에
앉았다 가렴
잊었다 가렴
다시,
네 이름의 무게만큼만 걸어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