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詩作) ] 2
잎사귀들 다 나누어 주고 나서야
비로소 제 뼈의 마디가 선명해졌다
수다스러운 초록을 견뎌온 몸이
차가운 외피에 자신을 걸어 잠그는 것은
외로워서가 아니라 뜨거워지기 위해서다
보이지 않는 뿌리는 땅 밑 낮은 곳에서
어둠의 모서리를 깎아 꽃의 도면을 그리는 중
단단한 침묵은 굳어버린 혀가 아니라
가장 낮은 목소리로 부르는 흙의 자장가
고독이 쩡쩡 얼어붙는 밤마다
나무는 제 몸속에 쟁여둔 햇살 한 줌씩 꺼내
나이테 사이사이에 봄을 조금씩 녹여낸다
그렇게 나무의 침묵은 멈춤이 아니라
가장 눈부신 폭발을 준비하는
고요한 가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