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詩作) ] 4
해 질 녘 골목길 평상 위에
할머니가 놓아둔 낡은 방석 하나
그건 할머니가 고른 내 자리지만
노을이 내려와 잠시 쉬어가는
우주가 점지한 제 자리이기도 합니다
손때 묻은 호미 자루를 내려놓고
굽은 허리를 펴며 앉는 그 찰나
땅바닥에 붙은 무거운 발바닥과
하늘에 걸린 가벼운 초승달이
하나의 직선으로 포개어집니다
길 잃은 줄 알았던 오늘의 걸음이
사실은 가장 정확한 약속 장소였음을
우리는 매일 밤
자신이 만든 작은 의자 위에서
운명이 보내온 초대장을 읽습니다
내일도 당신은 그곳에 앉아
가장 눈부신 배역을 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