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詩作) ] 5
화려한 전광판이 밤을 삼켜도
식탁 위 작은 촛불은
제 몸을 깎아 조용한 안부를 묻는다
길 잃은 좌표 위에서
숫자들이 비명을 지를 때
서랍 속 낡은 편지 한 장이
마른 눈물을 닦아주며 말한다
너는 쓰여진 숫자보다 크고
너는 정해진 시계보다 깊다고
폭풍우 치는 바다 위에서
거울 조각은 눈을 속여도
먼 곳의 등대는
한 번도 너를 놓친 적 없으니
오늘 밤, 중요한 것들을 잠시 재우고
소중한 것들의 숨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