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詩作) ] 9
목련 씨, 올 봄에도 고생 많았네요
봉긋한 베이지 유니폼이 꽤나 무거웠을 텐데
봄바람이 퇴근 도장을 찍어주니 미련 없이 옷을 벗어 던지는군요
지나가는 소년의 발치에 슬쩍 새하얀 전단지를 뿌려둡니다
'나 여기 예쁘게 살다 갑니다' '
내일은 향기로 만나요' 같은 문구를 새긴 채
가지가 가벼워져 덩실 춤을 추고
바닥은 꽃길로 변신 중이니
지는 게 아니라, 사실은 번지는 중이죠
향기는 공기 속에 분양하고
색깔은 기억 속에 저축해두었으니
빈손으로 떠나는 당신, 참 부자네요
괜찮아요, 목련 씨
당신이 흘린 그 꽃잎들, 당신이 날린 그 향기들이
봄날 아침마다 누군가의 꿈속에서 다시 활짝 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