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삼킨 아기

사진: Unsplash의Roberto Sorin

by 정원에

어? 아빠!

왜? 그래?

저기, 저기


달려가는 우리 차를 향해 도로 건너편에서

폐지 더미가 스스로 스르르 다가옵니다

미끄러지듯 아주 천천히 천천히 움직입니다


속도를 늦추어 도로옆에 차를 세웁니다

왼쪽 창밖에서 폐지 더미는 여전히 움직입니다

아, 더미 뒤에 웅크린 아기가 보입니다


기억자로 허리를 숙인

작디작은 체구의 아기입니다

하나, 둘 도로 옆으로 폐지가 후드득 떨어집니다


좁은 도로를 건너가 떨어진 박스를 주었습니다

두 개를 줍고 돌아서는 데 하나가 더 떨어집니다

아무런 미련 없다는 듯 아기는 여전히 더미를 밀고 지나갑니다


필요한 사람 가져가라는 듯 무심합니다

내 갈길 바쁘다는 듯 느릿느릿 미끄러져 나갑니다

그 정도 떨어지는 건 늘 있는 일이라는 듯 총총 총총 바닥만 보고 걷습니다


차창밖으로 달려 나와

좁은 도로를 달리는 차 사이를 빼꼼히 건넌 시선이

아기 천사의 날갯짓이 되어 내 등뒤에 와닿습니다


저기요! 이거요! 네?

몇십 초를 더 지나가고 서야 그제야 아기가 멈추고 돌아봅니다

유난히 크고 검은 눈동자 주위로 홀로그램 같은 주름이 웃고 있습니다


훅훅 지나치는 차들과 물끄러미 걷는 이들이

순간 느릿한 슬로비디오가 됩니다

온 우주에 나와 그 아기, 차에 앉아 있는 시선만이 존재합니다


가녀린 손목이 반짝 내밉니다

아기를 덮칠 것처럼 폐지 더미가 뒤에서 내려다봅니다

갑자기 롤러코스터 위에 서 앉아 있는 듯 현기증이 올라옵니다


떨어진 폐지 더미 꼭대기에 피어오르는 눈부신 꽃이 보입니다

아기의 짧은 팔이 애써 그 꽃을 흔드는 사이로 내 가슴이 출렁거립니다

얇은 끈하나 없이 아기는 폐지 더미와 함께 노란 태양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 버립니다


세상에는 삼켜버린 태양만이 남았습니다

세상에는 간절한 시선만이 남았습니다

세상속에 덩그러니 나만 남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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