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몸보다는 마음이 바쁘고 산만할 때가 더 자주인듯 합니다. 그럴 때 가끔은 흘러 넘치는 감정들을 글로 기록해두려 합니다. 내 서랍속에 말이죠
코로나 상황에 큰아이가 유학을 떠난지 일년 반이 지나갑니다. 엊그제 톡이 왔습니다. 그러면서 묻는 말에도 과묵하더니 한국에서 보다 조금 더 말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또 어릴 때부터 어떤 물건이건 1순위 기준이 가격이더니 혼자 소소한 쇼핑을 자주 즐긴다고 합니다. 정작 저는 한건도 써본적이 없는 '해외승인' 내역이 종종 폰에 찍히는 걸 보면서 이미 느끼긴 했지요.
또 학교에서 미술 수업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과묵하게 호들갑입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선생님이 'awesome' 을 연발하셨다면서. 그러면서 스스로 또 자중하더군요. 캐니다에서는 굿정도의 의미라고 말이죠. 그러다 톡 말미에 군에는 언제가는게 좋은지 의견을 묻기도 하더군요.
예정되어 있던 회의가 방금 1시간이나 연기되고 보니 제 손가락이 어느새 글서랍속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그러다 아래 글을 보게 되었네요. 제목도 없이 넣어둔 나의 감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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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고2입니다. 남자 학교이면서 용꼬리가 더 낫겠다는 결심으로 수재들이 모인다는 지금 학교를 1지망으로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용꼬리보단 살짝 위쪽 어느 정도에 자리매김 한 듯 합니다. 그러는 동안 꽤 오랫동안 의기소침 해지더니 다시 치고 올라오는 게 보입니다. 치고 올라온건 성적만이 아니라 잔잔히 받아들이는 힘입니다. 그리고 1학년때보다는 올해 공부하는 양에 스스로 만족해 하는 듯 합니다.
시험기간이 아닌 평일에도 방과후에 독서실로 바로 갑니다. 거의. 우리 성화에 못 이겨 집에 들러 저녁을 먹는 경우도 가끔있지만.
밤 11시 정도에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독서실 밑으로 데리러 갑니다. 그런데 어느날 걸어오겠다며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운동삼아 걷겠다는 것 같습니다.
아들이 장바구니에 담아 둔 짝퉁 블루투스 이어폰도 구입해줬습니다. 15분 남짓되는 시간동안 하루를 정리하고 싶은거겠지요. 터덜거리며 바람을 맞고 싶은거겠고요. 힐링의 시간일테지요.
어릴적부터 이런 시간들을 갖는 것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조금전 11시 20분쯤, 아들은 띡띡띡띡 버튼을 누르고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그소리에 아내 다리에 턱을 배고 있던 반려견이 쏜살같이 뛰어 나갑니다. 그 뒤를 아내가 따라 나가 맞이합니다.
아들은 별일이 없으면 내일도 걸어올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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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보다 기록이 우선하는건 분명합니다. 그리고 기록이 정말 좋은 건 지금의 감정 총량과 그 당시의 감정 총량을 비교해볼 수 있다는 겁니다. 넓이와 깊이를 동시에, 아무도 모르게, 자가 발전 하듯이. 그러면서 나만 익어가는게 아니구나 다짐하게 되면서 지금의 감정을 세심하게 살펴보게 되면서 다시 기록으로 남기려 애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