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에 자동 사냥이 등장해서 게임을 켜두지 않을 때도 캐릭터가 혼자서 사냥을 하고 돈을 벌고 아이템을 먹는다. 내가 휴대폰을 조작하지 않을 때도 캐릭터가 효율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마음에 안정감을 선사하는지, 이제는 자동 사냥을 하지 않으면 비효율 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불안감에 갑갑해질 지경이다.
교회 제자훈련이 있는 저녁 세탁기의 예약기능을 활용했다. 제자 훈련이 8시 30분이고 지금이 5시니까 3시간 이후부터 세탁이 진행되도록 예약했다. 비빔면을 끓여 먹고 가볍게 애정하는 책의 마지막 글을 읽어 내리고는 저녁에 제자훈련을 받으러 외출했다. 한참 말씀 공부와 나눔을 이어가던 중 문득 지금쯤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겠지? 생각했다. 아, 극강으로 효율화된 삶을 살고 있다는 이 편안함...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내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게 기뻤다.
누군가 나와 동시에 나의 일을 해준다는 것, 혹 내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준다는 것은 분신술을 해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기분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성실하심은 어떠한가?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모든 순간에 창세부터 지금까지 또 영원까지 우리와 동행하시며 앞서 일하시며 예비하시는 분이 있다. 고작 세탁기를 예약한 것과 모바일 게임의 자동 사냥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그의 사랑은 지금 나의 인식 속에 얼마나 자리 잡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조급해하지 말자,
두려워하지 말자,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다.
자동 사냥이 진행되고 있다.
하나님이 일하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