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야(綠野) 할아버지, 지식인 수호신.
녹야 할아버지,
푸른 들판이라는 호가 어쩜 그리 잘 어울리시는 지요?
생명력 넘치는 너그러움이 묻어납니다.
고등학교 시절 한 여자애가 저에게 꿈이 뭐냐 묻길래
무엇이 됐건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였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그 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어려운 꿈인지 깨닫습니다.
매일 같이 수십 개의 지식인 답변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문안하며
할아버지는 세상을 바꾸셨네요.
결국 사소함과 꾸준함이 위대함을 만드는 걸 또 배웁니다.
아는 세상이 커질수록 세상은 의문으로 둘러싸이는 것을
할아버지는 얼마나 많이 아시고, 또 얼마나 많은 질의를
세상에 던져오셨는지요? 대답 없는 물음만 쌓여갑니다.
이제는 세상에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할아버지 걸어온 길을 보면, 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위험할 때라는 걸
다시 상기합니다. 물음표에서 웃음 피울 수 있는 삶이라면, 찬란할 듯합니다.
생일 축하드립니다.
녹야 할아버지, 편히 쉬세요.
Q: “죽음이 두려운 게 자연스러운 건가요? 나이 먹는 것도 무서워요.”
A: “어릴 땐 다 그래요. 80살이 넘으면 오히려 죽음이 반갑고 그리워지기도 해요. 그러니 그때까지라도 살아야 합니다. 살면서 죽음이란 공포를 이겨내세요.”
Q: “산타 할아버지 나이는 몇 살인가요?”
A: “아빠 나이와 동갑입니다.”
Q: “사는 건 무엇일까요?”
A: “주눅들지 마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외다.”
Q: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A: “인생이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깐 왔다가 조용히 꺼져버리는 나그네길이라 생각합니다”
Q: “녹야 할아버지의 이번 해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A: “나는 이제 목표라는 것이 없습니다. 그저 그때그때 착하게 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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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모든 삶이 영웅적이라거나 위인이라고, 청렴하고 결백했다고, 도덕적으로 흠이 없었고, 본받아야 할 대단한 사람이라고 전하고자 쓴 글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도 그냥 우리 같은 사람이었다. 다만 배우고 싶은 것은 삶과 앎을 대하는 그의 태도이다. 글을 쓴 이유도 그를 몰랐던 내가 있었기에, 그저 그를 전하기 위함에 그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