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인스타그램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스토리에 올리는데 내가 왜 좋아하는지 구구절절 쓰기에는 "인스타 스토리"라는 녀석의 휘발성이 너무 강해서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그래서 언젠가 내가 이 음악을 왜 좋아하는지 설명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여기에는 음악 전문가도 없고, 실용음악을 전공한 사람도 없다. 그냥 언제는 멜로디에 움찔하고 가끔은 가사에 훌쩍했던 다 커버린 남자애 한 명만 있다. 사실 아직 덜 컸다. 그러니 엄청난 분석이나 정답을 기대하고 들어오신 분들은 나가진 마시고, 기대만 두고 오시라. 다시 말합니다. 정답지는 없습니다. 비매품입니다.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저마다의 이유로 저마다의 음악을 사랑할 테지, 그래서 누구나 이 메거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권한을 허용했습니다. 내가 이 음악을 왜 좋아하는지 구구절절 알려주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나 참여 가능입니다.
처음으로 소개하고 싶은 노래는 검정치마의 난 아니에요입니다. 뭐가 아니라는 걸까? 그 시절 만나던 여자분이 추천해준 노래였는데, 솔직히 제목이 처음부터 확 당기는 제목이 아닙니다. 뭔가 명사형으로 끝나는 제목을 선호하는 기조가 있었거든요, 제 마음 안에서.
일단 이 음악을 해석하면서 제 머릿속에는 큰 벽이 하나 생겼는데, 무엇과 무엇을 구분하는 벽인가 하면 바로 이상과 현실을 구분하는 벽입니다. 이 벽의 존재를 생각하면서 가사를 한번 봅시다.
좋은 술과 저급한 웃음,
꺼진 불 속 조용한 관음
좋은 술과 저급한 웃음은 저 벽 너머 현실에 존재합니다. 꺼진 불 속에서 조용한 관음은 누가 하는 걸까요? 이상에 있는 사람일까요? 현실에 있는 사람일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냥 숨어서 지켜보는 누군가라고 해석했습니다. 꺼진 불 속이 주는 어두운 느낌과 관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효과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주세요
내가 좋아하는 것만 가지고 싶은 것은 욕심인가요? 내가 싫어하는 것들로 나를 만들어 나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옛 친구와는 가벼운 이별,
다음 주면 까먹을 2절
옛 친구와는 가벼운 이별, 혹시 검정치마님이 오랜 친구와 생과 죽음의 이별을 했는지, 그 이후에 쓴 가사인지 모릅니다. 이 시절 오랜 친구와 가벼운 이별을 경험했습니다. 서로가 미워해서 발생하는 이별도 있지만, 때론 자연의 섭리처럼 자연스러운 이별도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친구관계라는 것은 위스키와 달라서 쌓아둔다고 장땡이 아니라 것도 배웠습니다. 그냥 다음 주면 까먹어버릴 2절처럼 2절은 다음 주에 까먹어도 안이 상하지만 5년을 만난 친구와는 이별하면 안 됩니까? 아니요 괜찮습니다. 2절처럼 이별해도 괜찮습니다.
믿지 않겠지만 별이 되긴 싫어요
난 웃으면서 영업하고 빈말하기 싫은걸요
믿지 않겠지만 별이 되긴 싫다고 합니다. 노래하는 가수라면, 연예인이라면 부와 인기를 누리는 STAR가 되고 싶을 것 같은데, 그리고 그때는 지금보다 검정치마의 인지도가 더 낮았을 텐데 별이 되긴 싫다니 별이 되면 웃으면서 영업하고 빈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가 봅니다. 별이 되면 더 이상 이상의 세계만 있을 순 없다는 걸 느꼈나 봅니다. 혹은 밝아지면 밝아질수록 더욱 어둠이 눈에 들어왔을지도 모르죠, 어느 순간이 돼버리면 별이 되고 나면 더 이상 예전과 같을 수 없다는 걸 알아버린지도 모릅니다.
그대 알잖아요 우린 저들 과는 너무 다른 것을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성공만이 목표이고, 물질을 축척하고 보여주기 식으로 소비하는 모든 사람들과 나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순간 어쩌면 그들과 같아질 수는 없습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내가 미친놈은 아닌가 걱정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물질을 축적하는 것이 정답이고 내가 오답이라면 어쩌지? 내가 정신병에 걸렸다면 어쩌지 고민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음악을 들으면서, 또 나와 같이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 아니구나 안도합니다.
난 배고프고 절박한 그런 예술가 아니에요
내 시대는 아직 나를 위한 준비조차 안된 걸요
나는 배고프고 절박한 그런 예술가가 아니라 이 시대가 나를 위한 준비가 안된 겁니다. 나라는 사람 내가 가진 재능 내가 가진 장점을 존중하기보다는 편향 일률적인 가치를 최고라고 하는 이 시대가 이상하단 것 이 시대가 아직 준비되지 못했다는 것. 아 나 같은 사람이 TV에 나오고, 나 같은 사람이 인정받는 세상에 내가 태어났다면 나는 배고픈 예술가 절박한 예술가 취급을 피했을 텐데요, 하지만 별이 되고 싶다는 건 아닙니다.
마마, oh 마마 나의 맨발을 봐요
마마, oh 마마 저들은 나에게 어서 뛰래요
엄마, 나는 신발도 신지 않았는데, 뛰라고 하는 저들을 어찌해야 합니까? 저 벽 넘어 사람들은 나의 맨발을 이해하지 못해요, 나는 비 오는 날 맨발로 걷는걸 가끔 좋아합니다. 잔비에는 그리하지 않습니다. 온 세상에 홍수를 가져다줄 것 같은 노아의 비가 내릴 때 나는 맨발로 걷습니다. 최근에 비가 엄청 내릴 때 나는 맨발로 걷지 않았습니다. 왜 이제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이 아플 것 같을까요? 전에는 분명 이런 생각 없이 슬리퍼를 손에 들고 땅에 지긋하게 남아 있는 온기를 느끼고 풀잎의 생그러 움을 발바닥으로 느꼈는데, 나는 이제 발바닥에 상처가 나고 차가울 것만 같은 바닥에 내 발을 놓기가 무섭습니다.
국화 향이 물씬 나는 날,
해랑사 을신당는 나
국화 향이 물씬 나는 날, 국화 향이 엄청나게 많이 나던 그 날을 얘기 하나요? 국화향에 젖어든 나를 얘기하나요? 하지만 그런 날 그런 내가 당신을 사랑합니다. 국화는 장례식장을 생각나게 하는데요, 장례가 있던 날이었을까요? 혹은 죽음과 가까워지는 나를 얘기하는 걸까요? 해랑사 을신당는 나 처음에는 비밀 암호 같던 이 말이 사실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는 고백이라니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이 고백이 가치를 더욱 깊게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비밀처럼 속삭이고 싶어요. 해랑사 을신당는 나...
처음엔 안 넘어가는 게 아마 맞아요
나는 별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에요
처음엔 안 넘어가는 게 아마 맞다는 말은 이 노래를 듣는,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인지도 모릅니다. 차가운 세상에서 모두 같은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처음 보고 처음 듣는 이 메시지는 안 넘어가는 게 아마 맞을 거니까요. 살아가던 그대로의 가치를 가지고 세계를 보면 보이지 않고 넘어가지 않을 메시지가 여기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 나는 당신을 사랑해...
모두 맛있게 삼키고 먹을 수 있는 그런 글을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성공의 비법이나 자극적인 조미료 같은 글을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니요 저는 그런 글에는 소질이 없습니다. 별이 되고 싶은 게 아니니까요.
Lyricist: 검정치마 Composer: 검정치마 Arranger: 검정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