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의 시와 한국교육
교수님께서 시 10편을 주시면서 가장 좋아하는 순서대로 등수를 매기라고 하셨다.
시를 읽고 쓰는 것이 좋아서 신청한 수업이었다. 경영학부터 컴퓨터 보안까지 공부하면서 문학적 글자보다 정량적 숫자에 관심이 많으신 교수님과 시간을 오래 보내왔기 때문에 이번 강의의 교수님이 너무 반가웠다.
첫 수업 과제가 10편의 시를 자기가 좋아하는 순서대로 등수를 매기는 거였다.
하나하나 읽을 때는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가 수업 끝나고 과제를 하면서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1. 서시
2.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3. 꽃씨와 도둑
4. 환청일기
5. 너에게 묻는다
6. 얼음의 온도
7. 사랑
8. 풀꽃
9. 흔들리며 피는 꽃
10. 자연에 대하여
재밌게 읽었던 시들을 등수로 매기려니 너무 힘들었다.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한 비유와 생각들로 나를 채워 줬기 때문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 10편 등수 매기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한국 교육은 수십만 수험생들의 등수를 아무렇지 않게 매길까? 우리 아이들도 하나하나 너무 소중한데.
한국 교육은 결국 줄 세우기다. 1등이 있으면 꼴찌가 있다. 마땅한 대책도 없이 현재의 교육을 비판할 수만은 없다. 분명 이 방식이 가지는 이점도 분명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 아이들의 행복이 그 교육으로 갖게 되는 이점 이하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싶다.
1등과 꼴찌가 당연하다는 교육보다 1등이 되라고 하는 교육보다
너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교육과 너는 너로서 이미 충분하다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한국 교육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필자는 앞으로 펼쳐질 세계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1등이라는 지지대를 붙잡고 높이 서있는 사람보다 낮은 곳에 있더라도 자기 두발로 서있는 사람이 일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