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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든 Apr 08. 2021

글태기 처방전은 글입니다.

나의 글에 대한 사과문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책읽는 것도 좋아하고, 글쓰는 것도 좋아한다고 말한다. 작년에는 2권의 공동출판을 진행해 봤고, 처음 시작한건 단편 소설이지만, 에세이를 쓰는 것도 재밌다고 말한다. 뭔가 작가라도 된 것처럼, 글쓰기라는 위대한 업적에 묻혀 가보려고 발악한다. 하지만 나는 겨울에 마지막 글을 쓰고는 봄에서야 겨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나는 정말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일까?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인가? 


 나도 처음에는 이렇게 오래 글을 쓰지 못하게 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금방 다시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좋은 주제가 있으면 글을 써야지,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글을 써야지,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글을 써야지! 그러나 나는 재밌는 글감이 생각나도 글을 쓰지 않았고, 여유가 찾아와도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완전한 상태에서 글을 쓰려 했는데, 나는 죽는날까지 완전할 수 없을 것을 깨닫지 못했다. 


 글을 쓰지 않으면서 내가 평생을 글을 쓰며 살아 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글을 쓰지 않으면서 글쓰기로 유명해 질 수 있을까? 생각했다. 글쓰기로 사랑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어떤 글을 써야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을 지를 생각했다. 다른 이들의 글을 보며 글들의 성취를 동경했다. 질투했다. 글을 쓰지 않는 시간동안 스스로 이 시간은 다음 글을 쓰기위한 후퇴라며 자위했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이 나를 글쓰기의 자리로 부르기 보다는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나의 글쓰기로는 인기를 얻기도, 돈을 벌기도, 사랑을 받기도 어려워 보였다.


 이대로 멈춰 있으면 정말 평생이고 글을 쓰지 못하고, 

"내가 20년도에 글쓰기를 한번 해봤는데, 취미정도 인거 같아서 요즘에는 글을 안써. 퇴근하고 오면 피곤해서 말이야, 남이 써놓은 글을 읽을 시간도 없는데 무슨 글을 쓰겠어 ㅎㅎ"

이렇게 타협하고 있는 미래의 나의 모습이 머리에 그려졌다. 나의 글이 나의 세상에서 죽어버리는 것이다. 두려워서 이제는 정말 글을 써야지 써야지 생각하는 와중에 브런치에서 나의 글에 라이킷을 눌러주신 분들을 확인했다. 나는 죽어가는데 나의 글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나의 글에게 미안하다. 이세상에 툭 던져두고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은 것, 살아있는 것을 죽었다고 단정지은 것. 나만은 나의 글을 사랑해야 하는데, 스스로 미련해져 모든 것을 멈춰버렸다. 글에는 생명이 있다. 이것은 나의 글에 대한 사죄이며 다음을 향한 약속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인기를 얻어 유명해 지기 위함이 아니라, 나의 사랑을 사람들과 나누어 세상을 더욱 사랑하기 위함이니까. 나는 몇번이고 나의 글 앞에서 부끄러워하고 아파하지만 어느때나 나의 글이 나의 처방전이 되어준다. 앞으로도 잘부탁합니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나의 사랑을 글이라는 통로로 세상과 나누길 원하는 사람입니다.




브런치에 라이킷을 눌러주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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